농민만평박홍규 농민만평,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밥쌀 수입에 관한 전농의 Q&A 반박자료]



농민들이 밥쌀[각주:1] 수입에 적극 반발하는 이유가 뭐죠?


밥쌀 수입 반대의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저가의 수입 밥쌀은 우리 쌀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쌀값 하락을 부채질해 온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쌀로도 충분히 공급이 가능한 밥쌀을 수입하는 것은 현재의 국내 쌀값 폭락을 더욱 더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둘째, 수입 밥쌀은 원산지 둔갑 판매 등 쌀 부정유통의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5% 저율관세의 저가 수입밥쌀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한 우리쌀과의 가격차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부정유통 사례는 더욱 더 교묘해질 것입니다. 

셋째, WTO 쌀 협상에서 미국·중국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국별 쿼터와 밥쌀 수입문제는 핵심의제이자 최고의 협상카드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최고의 협상카드를 버리면서까지 외국쌀을 수입하기 위해 애쓰지 말고 쌀값 하락으로 고통 받는 우리 농민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밥쌀을 수입해야만 쌀 관세율 513%를 지킬 수 있나요?


정부가 WTO에 제출한 쌀 양허표 수정안에 있는 쌀 관세율 513%는 관세상당치에 대한 검증일 뿐입니다. 관세상당치[각주:2]에 대한 검증은 밥쌀과 흥정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관세상당치는 우리가 마음대로 계산한 값이 아니라 WTO 농업협정 규정(부속서 5)에 제시되어 있는 공식에 따른 것입니다. 관세 상당치는 국내·외 적용가격에 대한 검증이지 밥쌀 수입과 관련해 검증한다는 근거는 WTO협정문 어디에도 없습니다. 

관세율 검증과 밥쌀 수입을 연계하는 것은 쌀 수출국 미국 등의 일방적 협상전략에 정부가 끌려 다니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미 정부도 513% 관세율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관세상당치에 대한 검증이라고 말했습니다.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벌써부터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정부가 정말 우리쌀을 지켜낼 수 있을까 우려스럽습니다.


밥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뭐죠?


더 이상 밥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쌀 관세화로 WTO 규정이 정하는 일반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WTO 일반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은 국별쿼터[각주:3] 폐지, 밥쌀용 의무비율(30%) 폐지, 수입쌀 해외원조 가능을 말합니다. 관세화 유예로 우리가 지불했던 댓가는 WTO일반원칙에 따라 사라졌습니다.

두 번째로 국내 쌀이 충분하기 때문에 밥쌀은 우리에게 필요 없습니다. 정부는 쌀 시장 안정과 거듭되는 쌀 값 하락을 막기 위해 작년에 과잉 생산된 24만톤을 시장에서 격리시켰습니다. 정부의 밥쌀 수입은 국내 쌀 수급현황을 봐도 너무나 비상식적인 조치입니다. 특히 쌀 수확기인 9~10월에 국내로 들여오겠다는 것은 올해처럼 수확기 쌀값을 하락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쌀 관세화는 쌀 수입 자유화를 말합니다. 

밥쌀이 필요한 사람은 자유무역 원칙에 따라 관세율 513%를 지불하고 수입하면 됩니다. 국영무역으로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밥쌀을 들여와 국민 세금을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부는 밥쌀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요?


여당은 작년 쌀 전면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를 무마하고자 우리쌀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현수막을 전국 방방곡곡에 내걸었습니다. 

쌀 수입이 자유화되어 누구나 쌀을 수입할 수 있는데 5% 저율관세의 밥쌀마저 그대로 수입된다면 우리쌀은 지킬 수 없습니다. 밥쌀 수입을 막지 않고서는 우리쌀을 지킬 수 없으며 수입을 용인한다면 국내 쌀값 하락으로 이어져 국내쌀 기반은 붕괴할 것입니다.

또한 WTO 쌀 협상에서 우리쌀을 지킬 큰 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격이 됩니다. 여당은 국민에게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습니다.

이미 정부도 여러 번 밥쌀 수입의 명분이 없음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나라가 뒤집힐 정도의 어떤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밥쌀용 쌀 수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2014. 11/10 국회농림해양수산위 예결소위) 정부가 밥쌀 수입의 명분으로 말하는 ‘수요’도 수입쌀을 팔기 위해 저가수입미를 시장에 방출한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고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밥쌀을 수입하지 않는게 왜 GATT[각주:4] 제3조(내국민대우)와 제17조(국가무역기업) 위반입니까?


가트 제3조 ‘내국민 대우’는 수입이 완료된 외국물품에 대해 자국산 물품과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종류의 외국 물품을 용도별로 무조건 수입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쌀의 종류만 해도 벼, 현미, 메현미, 멥쌀, 찹쌀, 쇄미 등 무수히 많고 용도 또한 다양합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종류를 균등한 수량으로 다양한 용도별로 수입해야 내국민대우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말이 됩니다.

가트 제17조 ‘국영무역에서 상업적 고려원칙’ 위반 주장도 맞지 않습니다. 한국은 우리의 ‘상업적 고려’에 근거해서 필요한 가공용 쌀을 경쟁입찰로 들어오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쌀 수출업자들은 우리나라에 40만 8천톤의 일정한 저율할당관세 물량을 수출함으로써 이미 상업적 이익을 충분히 얻습니다. 

이로써 WTO 협정상의 시장접근은 충분히 보장받았고 구매와 판매 경쟁에 참가할 기회도 충분히 부여받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협상단계인 지금 우리가 미리부터 가트 위반여부를 재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쌀 협상에서 이미 가트를 위반했다고 하던데요?


정부는 지난 10년(2005~2014년)간 국별쿼터를 운영하면서 이미 가트를 위반했습니다. 국별쿼터 배정은 상대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의 부적절한 협상방침 때문에 우리나라는 막대한 부담과 피해를 초래했고 가트 제13조(수량제한의 무차별 적용)와 제1조(최혜국 대우[각주:5])를 위배했습니다. 정부는 입맛대로 국제규정을 적용하면서 농민의 주장에는 가트 위반을 들이대며 스스로 모순된 논리에 빠져있습니다.



밥쌀용 쌀 수입에 대한 정부의 구차한 변명



밥쌀 수입 관련 토론회를 거부한 농식품부를 규탄한다.

 

정부의 밥쌀용 쌀(이하 밥쌀) 수입과 관련하여 농민들의 반발이 바쁜 영농철에도 전국을 뒤흔들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국회와 언론에 밥쌀 수입에 대한 해명 자료(Q&A)를 배포하였다.

GATT 위반 문제를 새롭게 들고 나오면서 수입 당위성을 만회하려 했지만 오히려 모순된 논리로 인해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

 

전농은 5월 27일 농식품부에 정식으로 밥쌀 수입과 관련한 공개 토론회를 요청하였다.

밥쌀 수입 논란을 해소하고, 나아가 TRQ물량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으로 농식품부가 더욱 반기고 추진해야 할 토론회였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6월 3일 토론회를 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밥쌀 수입의 부당성과 구차한 변명이 판명날 것이 두려운 농식품부의 속내가 훤히 들여 보이는 결정이다.

 

우리는 이번 밥쌀 수입 갈등을 통해 농식품부는 한국정부가 아닌 미국정부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우리쌀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과 WTO 쌀협상에 대한 의지를 찾아 볼 수 없었으며, 오직 쌀 수출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농식품부의 토론회 거부는 농민과 대화 포기이며 불통 선언이다.

 

비록 농식품부가 토론회를 거부하였지만 전농은 인내심을 갖고 농식품부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모든 힘을 다 할 것이다.

또한 밥쌀 수입 반대 운동을 더욱 확대하고, TRQ쌀 운용을 개혁하여 우리쌀을 지키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다.

 

2015년 6월 4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영호






  1. 밥쌀은 우리가 식당이나 가정에서 먹는 쌀임. 가공용 쌀은 떡, 과자, 막걸리 같은 가공식품에 사용. [본문으로]
  2. 관세상당치는 기준년도(1986~1988년)의 국내·외 가격차를 이용 관세상당치 = 국내가격-국제가격 / 국제가격 X 100 [본문으로]
  3. 국가별로 배당한 몫. 중국(11만6천톤), 미국(5만톤), 태국(3만톤), 호주(9천톤) [본문으로]
  4. 가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의 약칭 [본문으로]
  5. 한 회원국에 주어진 시장 개방 이익은 타 회원국에도 차별 없이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