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쌀 모내기



[사설]통일쌀을 심는 농민들


민중의 소리



전국 각지의 들녘에서 통일쌀 모내기가 진행되고 있다. 통일쌀은 전농 회원등이 북에 보내자고 짓는 쌀 농사다. 미국산 밥쌀을 수입하지 못해 안달하는 박근혜 정부와 북에 보낼 통일쌀을 심는 농민들은 극적으로 대조된다. 통일쌀 모내기는 자주통일과 민족공조에서 활로를 찾는 우리 농업과 농민의 현장이다.


우리는 쌀밥 먹는 민족이다. 쌀을 나누는 것은 가장 순수하고도 구체적인 민족공조의 출발점이다. 실제로 쌀이 오가던 시절 우리는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맞이하는 감격에 환호했으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내다보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막혀버린 지금 암울한 대결의 기운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주한미군이 무단으로 탄저균을 들여온 사건은 남북의 대결이 어떻게 민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데로 이어지는가를 보여준다.


통일쌀을 심는 농민들의 심정은 무엇인가? 농민들은 평화와 통일, 화해와 협력을 갈구한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기대야말로 농민들이 매년 통일쌀을 심는 진정한 동력이 된다. 통일쌀에 담긴 정성과 땀방울이 남과 북을 잇는 밑거름이 되고 엉킨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농민들이 심는 것은 단순한 쌀이 아니다.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5년이 되는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은 6.15선언과는 반대 방향에 있다. 7년 만에 이루어질 듯 했던 민간차원의 남북 공동행사는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을 외치지만 통일로 가는 단 한 발도 내딛지 못한다. 되레 미국이 군불을 때는 사드 배치를 저울질한다. 북에 대해서는 모두 꼬투리를 달지만 당장 미군 스스로도 어쩔줄 몰라했던 탄저균 반입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조차 내놓지 못했다.


농민들이 통일쌀을 심는 이유는 이런 ‘나라꼴’을 외면하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이 남아 돌아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미국쌀을 사들일 궁리에 골몰한다. 제 나라 농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미국농민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 형국이다. 통일쌀은 반대다. 우리가 가진 넉넉한 쌀을 나눠 북쪽의 식량문제도 해결하고 남쪽의 과잉문제도 해결하자는 것이다. 아껴서라도 보내줄 일인데 하물며 남는다면서 못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사대주의다.



통일쌀 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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