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태풍에, 몹시 어수선한 날들이 지나고 있다. 

오랫만에 보는 파란 하늘과 작열하는 태양, 진정한 여름이 도래하였다. 

도저히 일할만한 날씨가 아니다. 

이런 날은 산으로 가야 한다. 방장산이 나를 부른다 

때로는 아스라히 하늘을 찌를듯 솟아 있는 방장산이 오늘은 손에 잡힐듯 만만해보인다. 


방장산


방장산은 고창과 장성이 능선을 갈라 도계를 이루고 한짝 귀텡이는 정읍에 속한다. 

방장산은 고창 들녘에서 바라볼 때라야 웅장한 산세를 제대로 드러낸다. 

특히 고창읍내에서 바라보는 방장산은 듬직하기가 이를데 없어 고창의 진산으로 손색이 없다. 

오늘은 용추계곡에서 올라 봉수대 봉우리 찍고 정상(연지봉) 거쳐 고창고개(파릿재)길를 타고 다시 용추계곡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과거 차 귀하고 양고살재가 포장되기 전에 많이 애용하던 노선이다.   

용추계곡은 방장산에서 수량이 가장 많고 아름다운 곳인데 사방댐과 임도, 기도원 등으로 어수선하게 파헤쳐지고 뒤집혀 옛 풍광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용추계곡 일대가 사유지인 탓이 크다. 

무단침입하면 형사고발한다는 촌놈 주눅들게 하는 팻말이 곳곳에 박혀 있다. 


신림 들판


땀을 무지하게 흘려가며 중턱을 살짝 벗어난 오름길에 당도, 전망 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땀을 식힌다. 

땀을 어찌나 흘렸던지 정신이 몽롱해질 지경이어서 한참을 쉬고서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농부의 손은 얼마나 위대한가? 들판이 온통 잘 가꾸어진 초록이다.  

인천강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소요산과 선운산 산줄기가 뚜렷하다. 

그 끝자락 오른짝 귀텡이에 곰소만이 살짝 비친다.



땀을 한바탕 더 쏟아 봉수대에 오르니 사방 경계가 막힘이 없고 뭇 산이 발 아래 놓인다. 

정상인 연지봉을 놔두고 여기에서 봉화를 올린 이유를 알만하다. 

꽤 오랫동안 여기를 방장산 정상으로 여겨왔다. 

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 아래 입암산 너머 내장에서 백암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줄기가 가늠된다. 

날이 정말 좋으면 아스라히 지리산 주릉이 한 눈에 잡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길 따라 산길을 계속 걷게 되면 입암산 지나 호남정맥, 장안산 넘어 백두대간에 이르게 되고 철조망 넘어 계속 북상하면 백두산.. 

그러니 백두산 가는 길이다. 진짜로.. 



병길이 형님, 낼 모레 후지산에 오를 준비를 단단히 하고 계시는 중이다. 

발로 걸어오르는 백두산 등정이 좌절되자 후지산으로 노선을 급변경하였다. 

몇년 전 백두산에서 겪었다는 고산 증세를 염려하고 있다. 

구시포 바닷가 촌사람이라 그런 모양이다. 



하늘말나리


짙은 녹음 아래 하늘말나리


방장산


방장산 정상(연지봉)


영산기맥


정상 넘어 전망대에 이르니 영광, 함평 방면 산줄기가 아스라하게 펼져진다. 

이짝 산줄기 타고 남진을 계속하면 영산강 끝자락 목포 유달산에 이르게 되니 영산기맥이라 한다. 

방장산은 영산기맥의 맹주, 맏형이 되는 산이다.



시원한 바람이 넘나드는 능선 내리막길, 절정에 이른 7월의 녹음이 싱그럽다. 

그 옛날 가평 사람들 넘어다녔다는 파릿재, 계곡물 철철 흐르는 용추계곡을 따라 하산한다. 

한여름 방장산을 다녀와 보니 지금보다는 구절초 피는 가을이 낫고, 가을보다는 폭설이 내린 겨울 방장산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나 땀을 흘렸던지 골머리가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