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에서 10일까지 전북도연맹에서 주관한 통일기행에 함께 하였다.
본래 전농 조통위에서 준비하여 진행한 프로그램이었으나 전북의 경우 신청자가 많아 따로 일정을 내게 되었다.
80여 명이 넘는 참가자가 함께 움직이는지라 출발부터 일정이 삐그덕거린다.
이른 새벽 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왔다는 농민들보다 대절버스가 20분가량을 늦게 도착하였다.
버스에 기름을 넣어야 한다며 엉뚱한 걸음으로 다시 20여분을 낭비하고 나니 다른 쪽 버스에 탑승한 참가자들은 아침부터 뚜껑이 열려 있다.  밥도 못 먹고 나왔는데 아침부터 날은 쪄대고...
예정보다 한 시간 가까이 출발이 지연되었다.
가까운 휴게소에서 서둘러 아침부터 때우고 철원으로 향한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비싼 기름을 때는 버스는 좀처럼 속도를 낼 줄 모른다.
심하게 말하면 '만고강산'이다. 남이야 속이 타건 말건.
한여름에 '설상가상'으로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짜증은 더해지고 차 속은 폭발 직전이다.
가까스로 도착한 철원, 민통선 출입제한 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하였다. 일정상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어찌 됐건 주린 배부터 채우고 철원 기행에 나서니 시간은 이미 4시가 넘어 있다.

승일교

어찌 되었건 더위부터 식히고 보자는 철원지역 안내자(전농 언론위원장)의 제안으로 다리 밑으로 갔다.
전쟁 전 북쪽에서 건설을 시작하였고 휴전 후 남쪽에서 완성한 남북 합작품, 당시 남북 지도자들의 이름에서 한자씩 가져와 '승일교'라 이름 지었다 한다.
유래야 어찌 되었건 풍경은 시원하다. 다리 난간에 붙은 '한탄강댐 건설 반대' 구호가 눈에 띈다.
96년인가 수해 때 이 다리 위까지 물이 넘쳤다 한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철원지역 한탄강 물줄기는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제방이 따로 없다 한다.
그 협곡을 꽉 메우고도 물이 넘쳐 수해가 났다니 상상이 안된다.

다음은 금강산 가던 철길로 향한다. 일본 식민지 시기 서울에서 원산으로 가던 경원선에서 가지를 쳐 금강산 가는 철길을 깔았다 한다. 총연장 116 km의 전기철도였다. 철원에서 금강산까지 4시간 정도 걸렸다 한다. 안내자에 따르면 금강산도 금강산이지만 전기를 팔아먹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건설되었다 한다. 물론 지금은 그 흔적만이 있을 뿐이다.

벌개미취를 끼워 넣어 찍은 노동당사가 아직도 우뚝하다. 전쟁 전 38선 이북에 있던 철원지역은 북에 속하였다. 당시 이 지역이 철원의 구시가지로 번성했던 곳이라 한다.
철원 노동당사에 대한 이시우 사진작가의 견해를 들어보자

현재의 노동당사의 안내 표지판에는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성금이란 구실로 1개 리당 백미 200 가마씩을 착취하고 인력을 강제 동원하였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인지는 객관적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리라 본다. 당시 철원 군당 간부를 했던 장기수의 말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당시 군당 회의를 할 장소가 조차 없는 형편이었단다. 지주들 중에는 백성들의 원성이 무서워 도망간 사람도 있었고, 당에서 인민들의 습격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지주들은 미리 피신시켜 빈집이 마을에 몇 개씩 있었다고 한다. 비어있는 지주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회의를 했어야 했단다. 그러다가 평당원 중 하나가 우리도 우리의 건물을 갖자고 제안하여 당원들이 쌀과 곡식, 목재 등을 모아서 손수 간부들의 노동을 중심으로 건축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백성들이 '어버이 당'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하였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극단적인 설명이 노동당사를 보는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정확한 실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조사된 철원의 상황을 볼 때 후자의 신빙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역주민들이 마르크스나 레닌주의를 공부했거나 알고 있어서 노동당의 지지자가 됐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에겐 '못살겠다 엎어보자'라는 절박한 변혁적 요구를 실현해 줄 수 있는 중심이 필요했고 조선시대에는 임꺽정이, 해방 이후에는 노동당이 되었을 것이다. 노동당은 철원 사람들에게는 현대의 미륵이었던 것이다.
- 이시우  '철원의 궁예주의'(http://www.siwoo.pe.kr)에서 일부 퍼옴

 
백마고지 전망대에서 분사분계선과 그 일대 남북의 지형 지물들을 설명하는 강원도연맹 전 의장님

철원 기행을 마치고 숙박지 송추 유스호스텔로 향한다.
그 시간이 또 만만치 않다. 한 시간을 예정하였으나 두 시간은 족히 걸린 듯하다.
또다시 서둘러 늦은 저녁을 먹고 그래도 해야 할 저녁 일정에 들어간다.
저녁의 주요 일정은 통일정세 강연이다.
한 시간짜리 강연을 준비해온 강사에게 10시간 이상을 차에서 시달린 낮동안의 팍팍한 여정을 고려하여 20분에 마쳐달라 요구하니 그래도 30분은 해야 한다며 강연에 대한 열의를 불태운다.

예상을 깨고 많은 참가자들이 강연에 끝까지 귀 기울이며 경청한다.
강연의 요지는 '이미 평화통일로 큰 물줄기를 튼 민족사의 흐름과 북미관계에 종속되어 있는 남북관계의 본질상 이명박 정부의 반통일 책동은 머지않아 파탄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저녁 일정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각 시군별로 단합과 우의를 다지는 본 행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