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 운곡습지로 가는 길목 말끔히 단장해놓은 거미줄 복판에서 꼬마호랑거미가 볕을 쬐고 있다. 

일광욕도 하고, 아침식사거리도 기다리고.. 이 자식 아침부터 1석2조를 노리고 있다. 

가을분위기 물씬, 바짓가랭이에 채이는 이슬이 차갑다. 





온통 팔랑나비(줄점팔랑나비) 천지다. 

밤새 꿀물이 고였을까? 나팔꽃 깊숙히 고개를 쳐박은 팔랑나비는 누가 오는지 가는지 관심이 없다. 

사위를 아끼는 장모의 사연이 깃든 사위질빵 꽃에 앉은 녀석은 이슬로 해장하는 모양이다. 

속이 개완해지겄다. 



습지로 접어드는 고갯마루 붉노랑상사화가 은은하게 번지는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숲길이 짙어지고 한 무리의 오색딱따구리 가족이 다소 요란스레 지나간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거미 한마리 열심히 집을 짓고 있다. 

정교한 솜씨가 대단한데 한바퀴 도는데 대략 2분가량 걸린다.  



집을 완성하고 아침밥을 기다리는 녀석, 대략 헤아려보니 백바퀴는 돌았겠다. 

쉬지 않고 줄을 쳐도 3시간 넘게 걸리겠다. 

음.. 거미줄 함부로 건들지 말자. 



왕자팔랑나비




신우대(신이대)밭에 들어서니 바둑돌부전나비가 보인다. 

매우 작을뿐만 아니가 힘없이 날아다닌다. 

하지만 얕보지 마시라, 국내 유일의 육식성 나비다. 

애벌레 시절부터 시작해서 나비가 되어서도 대나무 잎에 서식하는 일본납작진딧물을 잡아먹고 산다. 

진딧물 우글거리는 복판에 알을 낳는다.

왠지 애국적으로 보이기도..



손가락에 올라온 네발나비



노랑어리연이 작은 못을 가득 채웠다.

습지의 아침은 싱그럽다. 

운곡습지에는 모기가 없다. 

한국뜸부기를 보겠다고 운곡습지를 처음 찾았을 때 극성스럽게 달려드는 모기떼를 어찌 감당할지 걱정했더랬다. 

그런데 그 습하고 무더운 여름에도 모기가 한마리도 없었다. 신기했다.  

오가는 사람 없는 데크에 누워 낮잠을 늘어지게 자도 모기 한방 뜯기지 않는다. 

건강한 습지의 생태계가 모기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짐작한다. 

가을이 오는 운곡습지는 상쾌하다. 

좀 더 이른 아침이면 데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멧돼지의 거친 숨소리도 들을 수 있다. 

고창에 오시거든 운곡습지 빼놓지 말고 들러보시라. 

 

'먹고 놀고.. > 고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나리는 선운사에서  (0) 2021.02.25
탈핵, 그리고 고준위 핵폐기물  (0) 2017.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