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허울뿐인 정부의 쌀 대책 규탄 및 쌀 수입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경기 지역 농민들이 쏟아부은 나락위에 농민들의 요구사항이 적힌 종이가 꽂혀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사설] 쌀값폭락, 근본적 처방 필요하다



민중의 소리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협의회를 열어 조곡 20만톤 추가수매를 골자로 하는 쌀값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실효성 없는 허울뿐인 대책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쌀값폭락에 대한 우려는 정부가 쌀시장 전면개방을 선언한 때로부터 제기되었으며 추석 전 햅쌀이 출하되기 시작하면서 이미 현실로 되었다. 농민들은 쌀값폭락을 막기 위한 정부대책을 촉구하며 항의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농민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밥쌀수입을 끝내 강행하였고 대책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요구는 철저히 묵살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그런 정부가 새누리당과 함께 쌀값안정 대책이랍시고 무엇인가를 내놓은 지금 쌀값은 이미 20% 가까이 폭락했고 추수는 벌써 막바지에 이르렀다. 내용은 둘째 치고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번 발표는 농민들의 대대적인 민심이반을 잠재우기 위한 맥 빠진 여론전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그 내용 또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 대책안에는 쌀값폭락의 근본원인이 되는 수입쌀에 대한 방책이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빗발치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밥쌀수입에 대한 의지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요구에는 한없이 순종하면서도 자국 농민들의 아우성은 철저히 외면하는 친미 사대주의 정권의 속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정부대책의 핵심이 되는 20만톤 추가수매 역시 쌀값폭락을 막을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되지 못한다. 쌀값폭락을 막기 위해서는 수입쌀에 대한 대책과 더불어 국내산 쌀 재고량에 대한 근원적 시장격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농민들의 통일쌀보내기 운동으로부터 출발한 쌀 대북지원은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으로 평화를 공고히 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가는데 있어 중대한 역할을 해왔으며 실질적 시장격리 효과로 국내산 쌀의 수급조절에도 매우 효과적임이 이미 입증되었다.


국회 농해수위를 비롯해 수많은 기초의회와 광역의회에서 채택되었고 지금도 줄을 잇고 있는 밥쌀수입 반대와 쌀 대북지원 재개에 관한 촉구 결의안은 오늘날 쌀값폭락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잘 요약하여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빗나가도 왕창 빗나간 허울뿐인 대책으로 전체 농민은 물론 농민의 요구를 반영한 지방의회와 국회, 정치권의 결의조차 기만, 우롱하며 스스로 고립과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풍년농사를 지어놓고도 풍년을 구가하지 못하고 가격폭락에 한숨짓고 시름에 젖는 농업농민의 암담한 현실 앞에 우리는 과연 무엇이 비정상이고 무엇이 정상인가를 분명하게 가려볼 수 있어야 한다. 풍년이 들면 농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울려 퍼지는 풍년가 가락에 나라가 들썩여야 한다. 이것이 정상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바로 이런데 써야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