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보던 새가 전깃줄에 앉아 있다.
언뜻 보니 직박구리 비슷한데 몸이 검고 자세히 보니 자태가 영 다르다.
새 전문가들이 많이 계신 사이트에 문의하니 '검은바람까마귀'라 한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녀석을 제외하고는 본래 우리나라에 올 새가 아닌지라 길 잃은 새, '미조'로 분류한다 한다.
주로 홍도 등지에서 드물게 관찰되던 것이 요즘은 점차 그 관찰 범위가 북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녀석임을 알고 나니 못보던 새 반갑다는 생각보다는 날이 갈수록 따뜻해지는 날씨 변화가 심난스럽게 다가온다.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 했다.
일기와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이다.
음력을 위주로 하면서도 태양력을 채용하여 농사일을 가늠하던 절기가 갈수록 잘 맞지 않는다.
어른들은 씨 뿌리는 시기를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농작물 작부체계가 변화하고 주산지가 북상하거나 사라진 듯 했던 병충해가 창궐하고 잡초 발생 시기가 길어져 겪는 어려움은 사실 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보다 심각한 전지구적 재앙을 경고하는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보면 심경이 더욱 복잡스러워진다.

동네 앞 저수지가 쩍쩍 얼어붙는 겨울이면 얼음판 위로 소달구지를 끌고 흥덕장에 다녔다는 말은 옛날 어른들 고리때적 아야기라 치더라도..
세수하고 나면 머리카락에 고드름이 금새 매달리고 물 묻은 손에 문고리가 쩍쩍 달라붙던 그런 겨울을 다시 맞이할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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