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기맥은 호남정맥이 내장산에서 백암산으로 내려가는 중간 지점에서 새끼 친 산줄기(총길이 160여 km)로 고창, 영광, 무안, 함평을 거쳐 목포 유달산에 이른다. 

영산강 서쪽을 흐르는 산줄기라 보면 되겠다. 

영산기맥의 분기점이 되는 새재봉은 호남정맥이 심하게 용트림하며 굽이치는 깊은 산중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순창 쪽에서는 복흥 대가리, 장성은 남창계곡, 정읍 쪽은 용산 저수지 부근 서당골을 통해 오른다. 

그러고 보니 정읍, 순창, 장성의 접경지역이다. 

 

정월 초이튿날 떡국 한 그릇 끼레묵고 길을 나섰다. 

서당골은 내장산 무슨 리조트가 들어선다고 한바탕 투기바람이 불었던 지역으로 옛 마을은 사라지고 투기바람의 흔적만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다. 

 

 

왼편에 보이는 나지막한 봉우리로 올랐어야 했는데 오른짝 가장 높은 봉우리로 막바로 치고 올라갔다. 

정초라고 나름 기염을 토했으나 사전에 지도를 잘 살펴보지 않고 길을 나서다 보니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다. 

이로 하여 장성 갈재까지 가려던 계획은 중도반단, 장성 새재까지 짧게 끊는 것으로 산행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것 참 정초부터.. 대간도 아니고 정맥도 아닌 기맥이라고 얕본 탓이다. 

 

 

길이 어찌 나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으나 빨간색 줄대로 계곡을 깊이 파고 들어가다 능선으로 올랐어야 했다.

내가 오른 길은 파란색, 새재봉까지 가 닿는데 무려 두 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어찌 되었든 산행은 서당제 위쪽 작은 저수지 제방 부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딱히 길이랄 것도 없고 길이 아니랄 수도 없는 길을 짐승 발자국 따라잡아나간다. 

산길을 먼저 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산짐승 들일 것이다. 

 

 

 

군데군데 토끼똥이 보이고 멧돼지가 자고 간 아늑한 잠자리도 보인다. 

멧돼지는 주로 8부 능선쯤 되는 주위 조망이 좋은 곳에 잠자리를 만든다. 

음침한 덤불 속이 아닌 사주경계에 용이한 조망 좋은 8부 능선쯤에 자리를 잡는 것은 유사시 주릉을 넘어 다른 골짝으로 빠지기 위함일 것이다. 

멧돼지는 매우 용의주도하다. 

 

 

손이 따로 없으니 분명히 입으로 했을 터, 산죽을 잘라 수북이 깔아 침상을 마련했는데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가파른 가지 능선에서 주로 목격된다. 

하지만 멧돼지와 직접 대면한 일은 없다. 

 

 

멧돼지가 오른 길을 따라 오른다.

 

 

봉우리에 가까이 갈수록 산이 매우 가팔라진다. 

봉우리에 오르고 보니 바위봉이다. 

오늘 산행에서 유일하게 조망이 터지는 멋진 봉우린데 별도로 붙여 부르는 이름이 없다. 

 

 

내장산에서 백암산까지 말발굽 형태로 용트림하는 호남정맥의 흐름이 한눈에 잡히고 정면에 영산기맥 분기점 새재봉이 보인다. 

새재봉까지 갔다 다시 되짚어와야 한다. 그것은 산길을 타다 하게 되는 가장 따분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반대편으로는 불바래기 골안 마지막 남은 외딴집이 내려다보인다. 

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인들이 마을을 이루고 공소까지 있었다는..

 

 

사진 외약짝 펑퍼짐한 봉우리가 영산기맥이 갈려 나오는 분기점 새재봉이 되겠다. 

새재봉은 산줄기를 타는 정맥꾼들이 최근 새로 붙인 이름인듯하다. 

오른짝으로 뻗어나간 호남정맥 능선길 너머 백암산 산 덩어리들이 보인다. 

 

 

새재봉에 도착했다. 오늘로 세 번째..

나름 큰 산줄기가 갈라져나가는 분기점답게 각종 표지기가 능선을 넘는 세찬 바람에 펄럭인다. 

나름 의미를 가지고 이 자리를 지나쳤던 지난 산행들을 되짚어보며 상념에 젖는다. 

호남정맥을 타던 형과 함께 지나가며 분기점을 확인했던 기억, 녹두장군의 흔적을 더듬으며 홀로 넘다 형을 추억하던 기억..

허나 오늘은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이 곳을 기점으로 새로운 산행 계획을 수립한다. 
영산기맥 종주, 그 첫발을 뗀다.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시작은 늘 가슴을 뜨겁게 하고 피를 덥힌다.

 

 

다시 제자리. 걸어온 길 되돌아보고..

 

 

가야 할 길 바라본다.

 

 

 

산길은 순하다. 

눈길을 헤쳐나간 선답자의 발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뚜렷하게 날 선 날등이 아니다 보니 길을 잡기 어려운 구간들이 나타나지만 그때마다 표지기가 나타나 길을 안내한다. 

표지기만 잘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장성새재 도착, 입암산 너머 갈재까지 가기엔 이미 늦었다. 

물기 많은 눈길에 한나절을 못 버티고 젖어버린 등산화 핑계 삼아 산행을 마친다. 

장성새재에서 시얌바대 출구까지는 2km가량 고갯길을 휘적휘적 걸어 나가야 한다. 

 

 

영산기맥1_새재봉입암새재.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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