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당일 전용철 열사의 무덤에 놓인 영정과 국화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그새 3년이 되었습니다.
그해 11월 15일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쌀을 포기한 살농정권의 미친 개가 되어 날뛰던 전투경찰의 곤봉과 방패에 맞아 두명의 농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농민들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노무현이 쌀을 포기하고 농민을 때려 죽인 겁니다. 
당시 농민들은 쌀 재협상 국회비준 저지를 걸고 대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같은달 23일 비준안은 기어이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열사는 이튿날 새벽 농민대회로부터 열흘만에 운명하였습니다.  
충남 보령의 전용철 열사입니다.

그날이 오늘이고 그새 3년이 후딱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날 부음을 들은지 얼마 안되어 경찰들이 열사의 시신을 탈취하려 한다는 급보를 받고 서해안 고속도로 대천휴게소로 달려가 경찰들과 대치하던 일이 엊그제같습니다. 
이튿날인 25일 새벽녘에야 열사는 동지들의 호위를 받으며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서울대 병원에 안치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각 열사가 묻힌 묘역에서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열사의 눈물인양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은 여의도에서 전국 농민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살인적인 생산비 상승과 가격폭락으로 생존의 위기에 처한 농민들 3만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열사는 갔어도 생존권을 박탈당한 농민의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전용철 열사 앞에 부치는 글

  - 류은숙

  열사여!
  전용철 열사여!
  낯설고 물설은 도시에서 이리 부리고 저리 부리는
  노동자로 젊은 청춘시절,
  야근 끝나 쓴 소주 기울이다 설움에 겨워 고향땅 생각나
  순박하게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사는 고향땅 선한 얼굴들
  그리워, 맘 나눠 서로가 애틋한 이들 차마 떨치지 못해
  고향으로 내려온 그날,
  당신은 이렇게 가실 줄 아셨습니까?
  알곡 같은 젊은이들 다 빠져나가
  오로지 쭉정이 같은 주름진 얼굴들, 굽은 손등으로만
  땅을 지키는 고향땅 차마 떠나지 못해
  나이 마흔 넘어 자기 집 하나 없이
  그네들 옆을 지키겠다 맘먹은 그날
  당신은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주고 가실 줄 아셨습니까?
  당신들 제대로 지키지 못해
  가슴치며 눈물흘리는 우리 있을 줄 아셨습니까?
  
  땅이 좋아, 땀흘린 대로 정직하게 답해주는 농삿일이 좋아
  내 부모처럼 서글프고 내 피붙이 같이 짠한
  동네 어르신들 차마 외면하지 못해
  고향 떠난 친구들 혀를 차며 무시해도
  명절날 좋은 차 끌고 와 맘 한구석 죄 흔들어놓고 가도
  당신은 차마 떠나지 못했습니다.
  농민회 일이다 동네 험한 일이다 어른들 심부름이다
  발바닥 아프게 돌아 돌아다니다
  어느새 나이 마흔 넷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어깨 두드려주며 함께 살아갈 아내와
  ‘아빠 아빠’ 고사리 손 흔들어댈 아이 얼굴
  꿈속에서만 그려보았겠지요.
  그저 꿈으로만 끝나리라 상상이라도 해보셨습니까?
  그래, 당신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아셨습니까?
  
  새파란 전경아이가 휘두르는 피에 절은 방패에 한 번 갈겨지고
  또 한 번 벼락치듯 날아와 머리를 후려갈겨
  눈 앞이 노래지고 머릿속이 멍해지던 그 순간에도
  그저 어지럽다며 머리 몇 번 만지고
  고향에서 함께 올라온 어른들 챙겨
  버스에 올라 그저 막걸리 한 잔에 잊으려고 했을 당신
  그때는 이렇게 우리 모두 죄인으로 만들고 가실 줄 아셨습니까?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차가운 전세방
  들어가기 싫어 마을 회관으로 가셨다지요
  사람내음 나고 동지들 손길있는 마을 회관에서 한 숨 자면
  다 나을 줄 아셨나요?
  그렇게 어찌 한생을 자기를 위해서는 이룬 것이 없었나요?
  뒤에 남은 이들 어떻게 당신 얼굴 보라고
  이렇게 남은 게 없나요?
  
  열사여!
  전용철 열사여!
  수많은 전용철 열사여!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제 몸 하나 던져
  물대포 앞에 쓰려지는 수많은 전용철 열사여!
  매일 만나는 당신들 보며 촛불 밝혀 바랍니다
  부디 더 이상 다치지 마시라!
  제발 더 이상 쓰러지지 마시라!
  그래요, 당신에게 남은 것이 있네요.
  당신 죽인 놈들 얼굴 보기 전엔 한 발도 못 떠난다
  한서린 오기로 물대포 앞에 나선
  수많은 전용철이 있습니다.
  열사여
  열사여
  그래요, 당신에게 동지들이 남았습니다.
  세상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동지들의 함성,
  민중의 함성, 당신 들리시나요?
  허망하다 가슴치지 마소서
  아무것도 아닌 생이다 머리젓지 마소서
  우리가 있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민중의 함성소리로 쿵쿵 함께 울릴
  우리가 있습니다.


전용철열사 추모곡 : 못다 핀 꽃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