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철·홍덕표 사망 3년..국가배상판결은 났지만 형사처벌은 없어

차성은 기자 / mrcha32@vop.co.kr

2005년 11,12월 전용철·홍덕표 농민이 잇달아 숨을 거뒀다. 2005년 11월15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전국농민대회’ 집회에 참가한 농민들에 대한 경찰의 진압은 상상을 초월했다. 경찰이 휘두르는 곤봉과 날선 방패는 가차 없이 농민들의 머리와 등을 향했고, 수십 명의 농민들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 지난 2005년 11월 농민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폭력에 숨진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에 대한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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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철 농민 폭력살인 책임자를 처벌하라
  • 지난 2005년 11월 농민대회 당시 진압경찰의 폭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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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전용철(당시 43세) 농민은 11월24일 숨을 거뒀고, 홍덕표(당시 68세) 농민도 12월18일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 시위 현장에서 두 명의 참가자가 경찰폭력에 의해 사망한 초유의 사건이었다.

당시 허준영 경찰청장은 전용철 농민이 경찰에 맞아 죽었다는 증언들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허 청장은 11월27일 현장에서 중상을 입고 다른 농민들에 의해 실려 가는 <민중의소리> 사진이 공개되자 그제야 “당시 집회 현장에서 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경찰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폭행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전씨가) 간경화 말기인데다 술 먹고 구토하고 쓰러졌을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허 청장은 얼마 뒤 홍덕표 농민까지 사망하고, 인권위 조사를 통해 ‘당시 현장에서의 경찰 폭력에 의해 숨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와서야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고 결국 12월29일 사퇴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두 명의 농민이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사망했지만 마지못해 경찰청장이 옷을 벗었을 뿐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전용철 농민 폭력살인 책임자를 처벌하라
  • 지난 2005년 11월 농민대회 당시 집회에 참가한 농민을 향해 방패를 날리고 있는 진압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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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철 농민 폭력살인 책임자를 처벌하라
  • 11월 24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국진보연대 관계자들이 경찰청 앞에서 전용철 농민을 살해한 경찰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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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진보연대 "전용철 농민 폭력살인 책임자를 처벌하라!"

농민 전용철 열사 추모 3주기를 맞은 2008년 11월24일, 농민단체회원 등 20여명이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지휘 책임자인 허준영 청장, 이종우 기동단장 등 지휘책임자 5명의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지난 18일 법원은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사망한 전용철 농민 유족에게 국가가 1억3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민사재판이 3년만에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형사재판은 진전이 없다. 당시 현장에서 전용철 농민에게 폭력을 가했던 전의경 3명만 검찰에 의해 기소돼 있을 뿐 지휘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당시 기동단장이었던 이종우 경무관은 강원지방경찰청 차장으로 영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한도숙 의장은 “3년전 방패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숨진 전용철, 홍덕표 농민에게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는 이 공권력에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 의장은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1억3천만원의 배상 판결만 있었을 뿐 살인을 저지르고 교사한 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휘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또 한 의장은 “제발 우리 농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나서 내일 농민대회를 지켜보고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운영위원장은 “두 농민이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살해당했지만 그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은 반면 진상규명을 요구하던 사람들은 구속됐다”면서 “때문에 경찰폭력이 재생산되고, 새로운 경찰폭력을 유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농업말살 책동인 한미FTA 비준책동 저지와 농민생존권 보장,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전용철 농민 폭력살인 책임자를 처벌하라
  • 11월 24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국진보연대 관계자들이 경찰청 앞에서 전용철 농민을 살해한 경찰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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