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를 에워싸고 있는 산군 전체를 통상 선운산이라 부른다. 

선운산 안쪽 고라당 핵심부에 도솔암이 있고 마애불이 있고 천마봉이 있다. 

천마봉은 그 자체가 천마의 형상이라기보다 그 언젠가 천마 한 마리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을법한 그런 봉우리다. 

천마봉에 서면 굽이굽이 선운산 능선은 물론 멀리 방장산 줄기가 아스라하거나 손에 잡힐 듯 조망되고, 도솔천 기나긴 계곡을 더듬다 보면 인냇강 건너 소요산이 지척이다. 

아무리 바삐 왔다손 치더라도 선운사에 왔다면 천마봉 정도는 오르고 갈 일이다. 

 

 

못자리 낙종을 마치고 일손 넣어주러 달려온 딸래미하고 선운산 천마봉에 올랐다. 

보름을 향해 치달리는 달이 중천에 떴다. 

매사촌 울부짖는 소리를 기대했으나 기척도 없다. 

며칠 전 도솔천 음습한 계곡에서 영화 찍는 것 봤다는 얘기 해줬더니 영화 좋아하는 딸래미 몹시 안타까워한다. 

봉준호 감독이 새 영화 '옥자'를 찍고 있다 했다. 

무지막지한 장비와 사람들로 계곡이 북적였댔다. 

 

천마봉

 

천마봉은 그림자로, 천마봉 너머 사자바위 능선, 그 너머 말안장바위, 그 너머 화시산. 다시 그 너머 영산기맥의 맹주 방장산 줄기가 겹겹이 늘어섰다. 

 

천마봉

 

딸래미하고 같이 왔다는 신발 인증샷. 

발아래 도솔암과 도솔천이 놓였다. 

 

 

초록바다, 저 숲 속에서 도솔천이 발원한다. 

풀썩 뛰어내리면 삼신할매가 갓난애 받아주듯 받아 안아줄 듯 푸근하다. 

 

 

내려오는 길, 아련하게 분위기 잡고 있는 까치 한 마리.

 

천마봉

 

도솔암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천마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