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생산되면 폐기..3년간 자살농민 3천여명'

차성은 기자 / mrcha32@vop.co.kr

오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는 농민 3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농민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농민연합 주최로 열리는 이날 집회의 정식 명칭은 '한미FTA저지! 농민생존권쟁취! 식량주권실현을 위한 농축수산인 전국대회'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은 대회에 앞서 '자식 같은 나락을 쌓으며 우리는 왜 싸우는가'라는 글을 통해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알렸다. 요구사항은 크게는 한미FTA 비준저지, 농민생존권 보장, 식량주권 실현이지만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제발 농민들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농업예산 확충, 쌀직불금 확충 및 밭농업직불제 실시, 비료 지원예산 증액, 면세유 지원예산 증액, 농가부채해결 등이다.

비료·사료·기름값 등 생산비 폭등해 수확하면 손해

전농에 따르면 향후 5년간의 정부 총지출 예산증가율은 6.2%인데 비해 농림수산식품분야 증가율은 3%에 불과하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이 정부 전체예산의 10% 이상으로 늘어야 한다.

올 하반기 비료값은 40%나 인상됐지만 정부는 상반기 물량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유가상승으로 농어민들의 면세유 사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면세유를 늘리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최근 이슈화됐던 쌀직불금 액수도 80kg짜리 한 가마에 170,083원에 불과에 전농이 자체 조사한 쌀생산비 193,315원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어가부채는 더욱 심각하다. 2007년 농어가부채규모가 51조원에 이르고 올해 생산비 상승, 농산물값 폭락으로 부채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농가부채해결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비료값, 사료값, 기름값 등 생산비는 폭등한 반면 농민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은 제값은 커녕 산지에서 폐기처분되고, 수확하면 손해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빚더미에 앉아 삶의 희망마저 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농민이 지난 3년 동안 3천명에 달한다.

"가자 서울로! 농민의 힘을 보여주자!"

전국농민대회 웹포스터 ⓒ 민중의소리

때문에 농민들은 살기 위해 "가자 서울로! 농민의 힘을 보여주자"고 외치며 25일 서울 여의도에 모인다.

농민들이 외치는 구호도 단순하다. "피땀 흘려 지은 농사 제값 받고 팔아보자" "우리농민 다 죽는다 한미FTA 폐기하라" "쌀직불금 부당 수령한 땅 투기꾼 고위공직자 처벌하라" "우리농민은 내년에도 농사짓고 싶다" 등이 농민들의 구호이다.

전농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이명박 정부는 위기에 처한 농업회생대책은 없고 농지규제완화, 농기업화 정책 등 농지의 투기화를 부추기고 우리나라 농업구조에 맞지도 않는 정책으로 농민을 송두리째 죽이려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서 전농은 “25일 대회가 경찰을 동원한 공권력이 난무하는 농민대회가 돼서는 안된다”며 “이명박 정부는 농민대회에 나와서 농민들의 피맺힌 절규와 호소, 위기의 농업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농 관계자는 25일 농민대회에 전농 회원만 2만3천여명이 상경할 예정이고,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회원 등 총 3만명 이상의 농민들이 여의도에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 기사입력: 2008-11-24 15:55:58
  • 최종편집: 2008-11-24 17:5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