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구간, 간은쟁이(성두부대 앞 고개) ~ 사실재(고인돌 휴게소) 4.5km

 

1월 9일, 성두부대 앞에서 소요지맥 두 번째 산행에 나선다.
방장산과 화시산 사이 야트막한 산들이 이어지는 구간, 출발도 늦었거니와 저녁에 일이 있으니 고인돌 휴게소 부근 사실재까지만 가기로 한다.  
출발 지점,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탓에 곧이곧대로 능선길을 타기가 어려워 에돌아간다. 
부대 옆 작은 방죽을 끼고 얼마간 걷다 적당한 지점에서 산으로 스며든다. 
군부대 철책을 잠시 따르다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이쯤 오니 다리 통증이 사라진다. 

 

 

 

한쪽 사면 벌목 자리, 조망이 터진다.

방장산 갈미봉 지나 억새봉, 억새봉에서 갈려 나온 산줄기가 있는 듯 없는 듯 이어진다. 

이런 산줄기를 이어가는 묘미가 제법 별스럽다.   

어지간한 봄날보다 따스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바람도 세고 제법 쌀쌀하다. 
장갑을 챙겨 올 걸 그랬다는 약간의 후회.. 아직은 여전히 겨울답지 못하다. 

 

 

고압선이 산을 넘고.. 방장산 기슭이 온통 철탑이다. 

영광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도시로 빠져나간다. 

문득 RO 생각이 난다. 

RO가 철탑을 타격하면 수도권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검찰이 묻고 한전 송전팀장이 증언했다지.. 미친놈들..

 

 

군데군데 토끼똥, 낙엽을 긁어내고 맨바닥에 똥을 싼다. 

왜 그러지? 이상한 녀석들..

 

 

길이 없지 않으나 사람이 다녀간 자취는 사라진 지 오래인 듯..
멧돼지 발자욱을 따라 길을 더듬는다. 

 

 

산줄기를 좇아 봉우리를 넘으니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굉음에 귀가 얼얼해진다. 

고인돌 휴게소가 눈 아래 보이고 더 멀리 들판 너머 두승산이 희미하게 잡힌다. 

 

 

이 구간은 벌목지가 아니면 조망이 터지지 않는다. 

방장산을 뒤로하고 산에서 내려선다. 

 

 

사실재 부근은 서해안 고속도로와 고인돌 휴게소 건립으로 산줄기가 뭉개지고 길은 지하통로로 이어진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마친다. 

 

세 번째 구간, 사실재 ~ 백운재 2.2km

 

1월 12일, 그간 뭐 했지? 좀 바빴나 보다. 

밤 사이 살포시 눈이 내렸다. 그새 다 녹았다. 

오늘도 짬 산행, 잠시 산을 탄다. 

 

 

고인돌 휴게소는 상하행선 모두 산줄기를 자르고 들어앉았다. 

 

 

범바위를 바라보며 가파른 벌목 지대를 직등한다.

 

 

세월에 묶인 나무를 본다. 좀 멀리 내다본단 말이제..

구해주고 싶지만 도구가 없다.

세월이 더 흐르면 나무는 이조차 품어버릴 것이다. 

도끼로 나무를 빠개다 보면 이따금 가시철망을 삼킨 나무를 본다.
모진 세월을 이겨낸 나무님께 경의를.. 

 

범바위 전경

 

범바위를 지나 능선길을 걷다 보니 운곡댐이 내려다보인다. 

원가 야무진 공사판이 벌어져 있다. 지난여름까지 없던 일인데..

보이는 곳은 운곡습지 하부, 자연 상태의 습지가 사라지고 인공 수로와 구조물들이 들어앉았다. 

이른 새벽이면 멧돼지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사람들은 도처에서 얼마나 많은 몹쓸 짓을 벌이고 있는가? 

 

 

짧은 구간, 어느새 백운재에 도착했다. 

전화기를 집에 두고 왔다. 

산을 내려가 아스팔트 길을 따라 타박타박 되돌아간다. 

역시 걷기에는 산길이 더 편한 모양이다. 
아스팔트 길을 걷다 보니 사라졌던 다리 통증이 다소 살아난다. 

 

소요지맥 2.gpx
다운로드

 

 

'산 이야기 > 소요지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산기맥 소요지맥 4  (0) 2017.01.25
영산기맥 소요지맥 3  (0) 2017.01.24
영산기맥 소요지맥 1  (0) 201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