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무렵 여지없는 봄기운에 이제는 겨울도 다 갔구나 했더랬다.  

다소 뜬금없는 한파와 폭설, 겨우내 탈 없던 수도가 얼어 튀었다. 

늙발에 큰 놈 앵긴다더니 겨울이 그냥 물러나진 않는도다. 

호남정맥을 가자던 계획을 방장산으로 바꽜다. 급거..

방장산 심설 산행, 올 겨울 들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다니던 행로를 뒤집어 입암에서 장성을 넘는 갈재를 들머리로 잡았다. 

인근의 내장 갈재는 추령, 장성 갈재는 노령이다. 

가을 고개와 갈대 고개의 차이이고 일제가 만든 노령산맥은 이 고개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하지만 실제 옛사람들이 넘던 고갯길은 산중에 따로 있고 여기는 1번 국도가 넘던 새로 낸 찻길, 그러던 것이 최근 국도가 새로 확장되면서 산 아래로 굴을 뚫어 이제는 이 길조차 옛길이 되고 말았다. 

 

망설일 것 없이 산으로 든다.

이미 많은 수의 등산객들이 지나가 신설을 밟는 호사를 누릴 수 없다. 

주말인 탓이다. 주말인 탓에 오늘은 나도 동행이 있다. 

 

간간이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산중 세상은 그야말로 백설이 만건곤하다.

 

 
 
 

연신 탄성이 터지고 때론 바람이 드세지만 사진 속 풍경은 고요하기만 하다. 

현장의 진실과 사진은 다르다. 현장의 진실을 그대로 담는 사진은 어떻게 찍는 걸까?

그걸 터득해야 하는데..

 

주릉에 도달했다. 

방장산은 조망이 탁월한 산이다. 

굽이치는 호남정맥과 아스라이 펼쳐지는 남도의 산군, 날이 좋으면 지리 주릉과 무등산이 한눈에 잡힌다.

하지만 오늘은 눈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산에 왔노라는 증거를 남긴다. 순창 사는 정룡이, 서신동 촌닭 수정이..

 

 
 
 
 
 
 
 
 
 

봉수대 지나 정상으로..

 

 
 

정상에 이르렀다는 증거를 남긴다. 

정상부에서 우리는 더 이상 주릉 길을 따르지 않고 남쪽으로 뻗은 지능선으로 길을 바꿔 잡았다. 

하루 점드락 남들이 이미 밟고 지나간 자욱만을 따를 수는 없기에.. 

거의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 하여 산길은 희미하고 거칠 것이다. 그래서 이 길을 간다. 

 

 
 

아무도 밟지 않은 푹신한 눈길 하며 역시 느낌 자체가 다르다. 

 

 
 

잠시 조망이 터진다. 

장성 사거리 쪽으로 뻗어 내린 입압산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급경사 내리막길, 가시덤불을 헤쳐간다. 

 

 

막판 구르기를 시전 하는 전주 촌닭 수정이, 어릴 적 비료푸대 눈썰매를 타보지 못한 탓이다. 

산허리를 휘감아도는 임도에 당도했다. 여기서 다시 산길을 잠시 잡아내려가면 양고살재를 넘어 장성으로 내려가는 찻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거친 산행에 지친 발길을 다소 길지만 임도를 걷는 것으로 대체한다. 

임도는 휴양림으로 이어진다. 

 

 

gpx 파일을 첨부한다. 

 

방장산심설산행.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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