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석 대피소는 마치 한증막 같았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모포를 들고 거실(?)로 탈출해서야 편한 잠을 잤다. 
오늘 아침 일출 시각은 5:18, 시간 맞춰 촛대봉에 오른다. 
3~4분가량 일찍 도착했다 싶었는데..  도착과 동시에 해가 떠오른다. 
바람은 그리 심하지 않다. 

해는 천왕봉 오른짝 옆구리에서 올라왔다. 
넘실거리는 자욱한 구름 따라 빛도 일렁인다. 
몽환적인 일출, 벌어진 입을 채 다물지 못하고 천왕봉을 향해 길을 잡아 나간다.




잠 깨어오는 산하.. 쿵쾅쿵쾅 가슴이 뛴다. 
"지리산 산자락만 봐도 가슴이 설레인다"던, 산을 타도 참으로 억세게 탄다는 이석기 의원을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옥에 갇힌 모든 양심수를 석방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다. 

촛대봉 지나 연하봉 중간 쯤 수풀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새 한마리.
저 녀석 뭐지? 문 밭종다린가? 뭔가 느낌이 다르다. 
예가 어딘가? 지리산 주릉인데 뭔가 특별한 녀석이지 않겠는가 하는 바램이 앞선 것일 수도 있겠다. 
도감을 살펴보니 힝둥새.. 여지가 없다. 에이 싱겁다. 



그런데 그간 봐온 녀석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여전히 남는다.
혹 이 녀석이 아닐까 싶었다?
힝둥새 아종 hodgsoni는 히말라야에서 중국 중부, 북한, 일본에서 번식한다. 머리를 포함해 몸 윗면의 줄무늬가 보다 뚜렷하다. 가슴과 옆구리의 줄무늬 폭이 넓다. 국내를 통과하는 아종의 실태에 대한 조사자료가 매우 빈약하다. (야생조류 필드가이드)

철새연구센터에 근접해 있는 지인에게 문의한 결과 바로 그렇다는 답이 왔다. 
아울러 지리산 촛대봉 일대는 지난 몇 년간 이 녀석에 대한 관찰 기록이 있어 철새연구 센터에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간 관찰된 사진자료 가운데  가장 질이 좋으니 발표 자료로 사용하겠노라 한다. 
이런 영광이라구야.. 귀하신 몸 호드소니에게 영광을..

정터목에서 누룽지 끓여 끼니를 잇대고 본격전인 천왕봉 등정에 나선다. 


뭇 산이 발 아래 놓인다. 그러니 천왕이다.

웅석봉, 그라고 달뜨기 능선. 꼭 가고 말거다.

대반야

겸손하게 한장 박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하산은 백무동으로..

단풍터널을 지나

계곡에 이르니 양치식물이 청신한 기운을 뿜어낸다.

안녕~ 또 와요..
쪽동백의 수줍은 인사를 받으며 지리산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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