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다랑쉬오름을 오르며 나비를 본다.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는 오름길, 땀이 줄줄 흐른다.
매실을 상상케 하여 갈증을 이겨냈다는 조조를 생각하며 등성이에서 맞을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털어낸다. 
이 꽃 저 꽃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겁나 부럽다.
전혀 더위를 안타는 듯 날각지가 뽀송뽀송하다. 

흰뱀눈나비는 주로 엉겅퀴에 앉아 꿀을 빨고 있다.
날개에 박힌 둥근 무늬가 뱀눈, 뱀눈을 가진 나비를 '뱀눈나비아과'로 분류한다.
조흰뱀눈나비를 고창에서 본 적이 있어 조흰뱀눈나비겠거니 생각해 두었는데 틀렸다. 

운곡습지에서 보았던 조흰뱀눈나비, 다랑쉬 흰뱀눈나비와 어디가 다른지 찾아보시라.
이름에 들어간 '조'는 나비연구가 조복성 박사의 성에서 따온 것이라 하는데 그 양반하고 무슨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진에서 보이는 두 나비의 결정적 차이는 뒷날개 아외연부의 하트 모양 무늬의 크고 작음에 있다. 

다랑쉬 왕자팔랑나비, 날개 무늬만 놓고 보면 대왕팔랑나비와 유사하다.
육지 것들과 차이가 꽤 커서 제주산 변이로 취급한다. 

방장산 왕자팔랑나비, 육지 것들은 제주산에 비해 뒷날개의 흰띠가 현저히 미약하거나 없다.
제주산은 뒷날개 흰띠의 폭이 넓고 흰색 띠에 검은색 반점이 박혀 있다.

등성이에서 만난 암끝검은표범나비, 암컷의 날개 끝이 검은색이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
나비 이름들이 대개 이렇다. 이 녀석은 수컷이 되겠다.

노랑애기나방, 나방 치고 귀엽다.

홀연히 나타났다 하늘 높이 사라지곤 하던 녀석, 오늘에서야 정체를 확인한다. 
다랑쉬에 가거든 이 녀석을 만나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