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이국 땅, 오랜 기간 제국주의 미국과 맞서온 나라, 이래저래 쿠바에 간다는 것은 꽤나 설레는 일이었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에 잠이 안온다거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거나..
그런 일은 없다. 그럴 나이는 이제 지났나 보다.
우리의 여정은 인천 출발-토론토 경유-아바나 도착, 비행기 갈아타는 시간까지 도합 19시간 가량 소요되는 대장정.
가을걷이 마치고 농민대회 치르고 곧바로 이어지는 일정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길을 나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과거 미대사관 점거농성을 시도한 경력으로 하여 캐나다 항공에 의해 탑승이 거부된 연수단원,
여러 경로(외교부, 청와대 등)로 문제해결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하여 멕시코를 경유하는 것으로 홀로 별도의 비행노선을 짰는데 이조차 좌절되었다. 
미국 하늘을 통과하는 모든 비행기의 승객 정보가 미 국토보안부로 전달되고,
놈들이 보기에 문제가 되는 승객이 탑승한 비행기는 영공 통과를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출발도 전에 우리는 한명의 단원을 주저앉히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애써 태연한 척 발걸음을 돌리는 단원과 작별하고 탑승절차를 밟는다. 
씨벌놈들.. 간뎅이라고 콩알만이나 헌가.. 30년이나 지난 일로.. 제 나라 가는 것도 아닌데..
치졸하기가 이를 데 없는 놈들이다. 

곡절이 있었지만 연수단은 무사히 아바나 호세 마르티 공항(우리로 치면 전봉준 공항이겠다)에 도착했다. 
11/22일 오후 5시 인천 출발, 13시간을 날아 토론토, 그런데 같은날 오후 4시.
3시간을 기다려 비행기 갈아타고 3시간 반을 다시 날아 아바나에 오니 밤 10시 반, 토론토와 아바나는 시차가 없다.
우리 시간하고 차이가 14시간, 한국은 지금 23일 오전 8시 반인데.. 아니다 낮 12시 반인가?
무지막지한 시차에 몸도 맘도 어떨떨하다. 우리는 지금 지구 반대편에 왔다. 

적도 부근, 아주 더운 날과 더운 날만 있다는 쿠바, 연중 가장 선선할 때라는데도 덥다. 
짐을 들고 걷자니 땀이 흐른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이국 특유의 야릇한 냄새, 몇년 전 가봤던 발리 냄새하고 좀 비슷하다.
늦은 밤 짐을 풀고 컵라면에 소주로 허기와 갈증을 달랜다. 


연수단 첫날 아침이 밝았다. 날 좋다. 
우리 숙소는 아바나 외곽 미라마르에 자리한 호텔 꼬빠까바나.
거리에 나가본다. 출근시간의 부산함이랄까 그런 게 없이 차분하고 한적하다.  
매캐한 매연을 내뿜는 오래된 자동차들이 이따금 지나갈 뿐이다. 
그 옛날 타다 꺼진 석유곤로 냄새가 난다. 

집참새( House sparrow)집참새( House sparrow)

바로 옆이 바단데 바다로 나가는 길도 없고, 주택가인 건지 어떤 건지 거리 둘러보는 재미가 없다. 
쿠바 남자들은 좀 험상궂어 보이고 아직 모든 것이 낯설다. 
"올라!" 하고 인사를 건네오기도 하는데 답할 용기가 안생긴다.  무솨..

맴맛한 참새한테 사진기를 들이댄다. 
"안녕 참새, 너는 조선 참새하고 별반 다르지 않구나. 험상궂지도 않고.."
하지만 이 녀석은 한반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
흑산도, 외연도 등 외딴 섬에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미조(길 잃은 새)로 분류한다. 

유라시아 지역에 폭넒게 분포하고 중남미 지역에는 인위적으로 유입되었다 한다. 
그러니 이 녀석도 누군가에 의해 유입된 그 참새의 후손이겠다. 
그 옛날 수탕수수 농장에 끌려온 노예들처럼..
이 녀석은 겨울깃으로 단장한 집참새 수컷으로 보면 무방하겠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는다. 음식이 대체적으로 짜서 내 간과 딱 맞는다. 
살 쪄서 가겠군..

[쿠바연수1] 쿠바는 굴하지 않는다.
[쿠바연수2] 쿠바의 전봉준, 조선의 호세 마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