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솔개가 난다. 

그 옛날 '애국조회' 시간이면 틀림없이 떠 있던 녀석들,

주로 나른한 봄이었을 것이다.  

하늘을 뱅뱅 도는 솔개를 보고 있노라면 교장선생 말씀 따위는 귓전에 와 닿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녀석들이 정말 솔개였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늘 높이 떠서 뱅뱅 도는 녀석들을 우리는 통칭 '방달이'라 불렀다. 

예전엔 솔개가 흔했다 하니 아마도 솔개였겠지.. 혹은 더 흔했을지 모를 길 떠날 채비하는 말똥가리였을 수도..

 

'방달이'를 검색하니 이런 글이 걸린다. 

"매와 비슷하면서 가슴이 붉고 등이 희며 눈이 검은 것을 방달이(方達伊)라 하는데 매도 죽일 수 있다."

조선시대 사람이 쓴 '한죽당섭필'이라는 책에 나오는 우리나라 맹금에 대한 묘사 중 한 대목이다. 

딱 솔개다.  매도 죽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도 모르는 우리 동네 말인 줄만 알았던 방달이를 옛 문헌에서 보게 되니 느낌이 새롭다.

 

 
 

 

등 희고 눈 검다.
가슴팍이 붉게 보이지 않는 건 아직 어린 개체인 탓일 터이다. 

몸매가 둥실둥실한 것이 아직은 맹금의 위엄이 덜 서려 있다. 

우리 동네에서 솔개를 이동시기가 아닌 한겨울에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 녀석은 지금 여기서 월동 중인 것일까?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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