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다.
얼어붙은 날씨에 눈까지 내리니 새들이 고달프다.
물닭들이 얼어붙은 저수지를 뒤로 하고 길바닥에 나앉았다.
몹시 지친 녀석들 사람이 다가가도 잘 도망가지 않는다.
떼거지로 조문 가는 문상객 같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더라고 물닭 본 김에 들판을 잠시 돌아본다.
기러기 한 떼 눈 쌓인 논에 망연자실 앉아 있다.
참새만 한 녀석들은 그래도 뭘 좀 먹는다.
주로 쑥새들이지만 드물게 이것저것 섞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