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째깐한 우리 동네는 달집도 없고 굿도 없다. 적막강산..
집집마다 달집 태워올리던 어른들은 모다 옛사람 되야부렀고, 불깡통 돌리던 조무래기는 마을에 홀로 남아 지난 세월을 그리워한다. 

그 조무래기가 50줄을 넘겨부렀으니 세월이란 참.. 헛웃음만 나누나. 
산으로 가는 짐을 꾸린다. "영태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좀 서둘러 떨어지는 해도 보고 뜨는 달도 보자 했는데 이미 해 지고 달 뜨고..

실내키만한 여명에 의지해 눈에 불을 켜고 산을 오른다. 

산 밑에까지 깊숙히 파고 든 고창 신도시, 온천지구의 불빛이 휘황하다.

웰파크시티란가 뭐란가 이름 참 괴상하다. 

 

 

 

능선에 서니 쟁반같은 보름달이 산 가득히 은은한 빛을 뿌린다.

등을 켜지 않고도 걷기에 지장이 없다. 

달빛 산행 좋다. 

 

벽오봉
 

 

우리는 어쩌면 라면 끼래묵을라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대보름달도 식후경이다. 

 

 

 

내가 소원을 빌었으까? 빌지 않았다.
사람이 하는 일이지 달이 대신해주겠나?

각오는 가슴에 새기는 게지. 그저 만사형통, 일취월장..

 

 

고창 읍내 불빛이 마치 대도시같다.

 

 

딱 손바닥만이나 한데..

 

소요산, 곰소만, 변산반도
우리 동네 동림 저수지
잠 깨어오는 영산기맥의 산군
병풍산, 불태산

 

이렇게 또 한번 대보름달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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