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른다.
숙취, 해장술
발걸음이 무겁다.
배 속은 꿀렁거리고..

 

 

섬진강을 보여준다 했다.
그러니 믿고 오른다.
한 땀 한 땀 쉬엄쉬엄

 

 

짐이 되어버린 주렁
정이 들었나?
차마 버리지 못하는데

 

 

문득
시야가 트이고

 

 

드디어 보여준다. 
섬진강.
강 건너 백운산,
천리길을 에돌아온 호남정맥
백두대간을 마주한다

'산자분수령'
산은 물을 낳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

 

 

산에 사는 사람
지금 오면 뭘 보겠냐 타박하지만
새벽에 오라는 말이겠지만
좋기만 하다. 섬진강
아.. 섬진강

 

 

고개 돌려 힐끗 보니
세석, 남부 능선.. 그 너머 천왕봉
눈 앞, 피아골 너머 
하늘로 올라간 동네
농평이로구나. 

92년 대선 이후, 술을 먹다 먹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몸 만들어 내려오자 찾았던 동네
농평에서 더 들어가는 
높은 터, 묵은터에는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술 그만 먹자 찾은 동네에서
2박 3일 술만 먹다 내려왔더랬다.

20여 년 후 다시 찾은 농평
산기슭 즐비하던
공중배미, 삿갓배미는
쑥대밭이 되었더라.
다 무너지고 없더라.

 

 

한밤중 느닷없이 들이닥친 손님
반가이 맞아주던 이장님은
지금도 그 자리 살고 계실까..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
산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볍게 다녀오자던 다짐
다 부질없더라.

 

 

반야에서 천왕까지..
지리 주릉을 이렇게 바라보다니
가히 호랑이 등판이로다. 

 

 

내가 선 줄기는 노고단으로 이어지고..

 

 

천왕봉은 말없이 나를 굽어본다.

 

 

손 한번 흔들어보라 했더만
에요~ 촌사람들..

 

 
 

 

산 아래 성질 급한 진달래는
그새 꽃을 피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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