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많은 동네, 고창 사람들은 눈길 운전에 능하다. 자만은 금물이겠지만 과도하게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 
대설주의보가 경보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뒤로한 채 전주에 나갔다가 눈 핑계 삼아 소주 한잔에 자빠져부렀다. 
동트지 않은 새벽길을 밟아 집으로 돌아왔다.  선운사 절간 모임에 재미를 붙인 각시를 고창읍내에 실어다 주고 나니 비로소 날이 밝기 시작한다. 

부석사에 간다던가.. 내친 걸음 나는 선운사로 간다. 
선운사에 당도하니 아뿔싸 차를 함부로 세울 수가 없다. 
경내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멈추면 끝장이다. 에라 작것 끝까지 가자.
도솔암까지라도 갈 요량으로 올라 채다 경내 주막집 부근 오르막에서 차가 섰다. 
200여 미터를 후진한 끝에 주막집 내리막 공터에 어찌어찌 차를 돌려세웠다. 

애쑤 고생했다.

차도 나도 눈 채비가 없다. 장비 없이 산을 오를 수는 없고 선운사 본절로 간다.
주막집 개 두마리 달려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견공, 뭘 보시나?
 
 

극락교 너머..

절마당에 들어서니 관광객이라고는 종자도 없다. 
대빗자루 든 처사, 스님들은 빗지락질 안 하냐 물으니 그냥 웃는다. 그 많던 중들은 모다 어디 가부렀을까? 동안거?

 

절 마당을 누비다 대웅전 앞까지..
처사의 외마디 호통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되게 춥다. 장갑 끼지 않은 손이 깨질 듯 시리다. 
건물 속 벽화가 겁나게 따뜻해 보인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도력이 모자라..
들어가 몸 녹일 데도 없고 이제 그만 따뜻한 나라로 돌아가야겄다. 

 
 
황태 되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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