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가 고르게 들어가지 않은 것인지, 장맛비 탓인지..
콩대 올라오는 것이 영 시원찬허다. 
메꽃만 엄청나게 퍼올라온다. 
약통 짊어지고 나섰으나 땅은 질고 콩은 너무 어려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예보를 보니 한 이틀 더 지짐거리겄다. 
하던 일 작파하고 길 떠날 궁리를 한다.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 느적느적 길을 나선다. 
내 오늘 가겠노라 전화는 이미 걸어놓았다. 

강원도 땅에 들어서자 비가 내린다. 
갈수락 굵어지던 비 작살나게 퍼붓는다. 
집주인 비 몰고 왔다 타박한다. 
이짝은 비 없을까 하고 온 건데 일이 영판 잘못 돼얐다. 
쏘주 두어 병 깠을까? 내린 비가 급류가 되었다.  
이날 밤 나는 격류 속에서 바위 우는 소리를 들었다. 
바위 구르는 소리라 했다. 

날이 밝았다.
비는 그쳤으나 산골짝 가득 우당탕 물소리뿐이다. 
사진기 들고 할레할레 집 주변을 돌아다닌다. 
묘하게 섞인 녀석들 반기거나 혹은 짖거나..

변견, 숫제 변소가 집이다.

사진기만 대면 먼 산 바라보는..

너 웃냐?

간간이 해도 나오고 산골짝 가득한 물기도 다소 가시기 시작한다.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한다.
'금강산귤빛부전나비', 첫 대면은 아니지만 무척 반갑다.
금강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분단 시대를 살아온 남녘 사람들 가슴마다에는 묘한 감정이 일렁인다. 
뭐랄까.. 향수?

간밤 무사했구나, 날개가 좀 상했네.

이짝은 괜찮소

지리산 이북지역 내륙 산지를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분포한다는데 나는 이 녀석을 방장산에서 처음 봤다.
변산바람꽃이 변산만의 것이 아니듯 금강산귤빛부전나비도 금강산 특산이 아니다.
최초의 기록자가 금강산 표본을 이용했을 뿐이라네..
이번 정선 행차에서 가장 많이 대면한 나비가 되겠다. 
첫 만남이 가슴 벅찰 뿐 너무 자주 만나니 나중에는 살짝 질리게 되더라. 
또 너냐? 다른 녀석 없어? 붉은띠랄지, 민무늬랄지.. 
이렇게 되더라. 

 

나비들은 악천후를 어찌 견디는걸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단아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