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이라고 달랑 다섯 배미뿐인데..
물꼬를 자른다는 것이 하나를 빼먹었다. 
농사 많은 사람 어찌고 그 많은 물꼬 관리하며 농사짓는지 모를 일이다. 

뙤밭 하나 풀이 많이 났다. 
콩밭이나 뙤밭이나 메꽃이 말썽이다. 
잠시 쭈그리고 앉아 풀을 매는데 저 멀리 저수지 가상에서 뜸부기 소리 간간이 들린다. 
뜸부기 소리 크지 않지만 울림이 깊어 멀리까지 간다. 
뜸부기 우는 모냥을 볼작시면 혼신의 힘을 다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소리를 토해낸다. 

좌우튼 왔으니 봐야지..
소리까지 들었는데 그냥 말 수 없다. 
300미리 망원렌즈를 장착한다.
실로 오랜만이다. 
뜸부기 은신처로 짐작되는 곳에 차를 세우고 뜸부기 울음소리를 튼다. 
반응이 없다. 

왜가리한테 묻는다.
뜸부기 못 봤냐?
왜가리, 고개를 외로 꼰다. 
찰나.. 뜸부기 난다. 
눈 앞을 지나 논으로 간다. 
사진기 들 틈도 없이 그저 눈만 따라간다. 

논두럭에 앉은 뜸부기, 어떤 놈이 감히 내 영역에 침범했단 말이냐?
두리번거린다. 
아뿔싸 나무가 가린다. 
딸싹 마라 주문을 외며 차를 살짝 옮기는데 이 녀석 나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온다. 
어어.. 하면서 사진기를 들었으나 허공만 휘젓는다. 

 
 

차 오른편에 내려앉았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나를 응시하더니 다시 휘리릭 날아간다.
아~ 섀끼 진짜.. 준비도 안됐는데 자꾸 창졸간에 날아다닐래?

아.. 이게 뭐란 말인가? 
몇 차례 선회하는 동안 비행 샷 하나 건지지 못했다.
뜸부기란 놈 속았다는 걸 알아챘는지 당초 있던 곳으로 돌아가더니 빗감도 안 한다. 
나는 녹이 슬고 뜸부기는 노련해졌다.
다시 보기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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