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추석은 잘 쇠얐다. 
춥도 덥도 않고 게다가 한가롭기까지..
참으로 좋을 때다. 

올해는 어딜 가서 자고 오나 생각하다 입암산으로 간다. 
늘 가는 방장산을 옆에서 바라보고 싶기도 하고, 전봉준 장군께서 생애 마지막 걸음을 걸으셨던 산인지라 각별하기도 하다. 
해 지는 시각에 맞춰 지는 해를 보고, 뜨는 달을 보고, 아침 해돋이까지 한걸음에 세가지 것을 성취하겠다는 계산을 한다. 
일석삼조 이 아닌가. 

산성 북문으로 곧추 올라가는 길,
그 옛날 전봉준 장군 일행도 필시 이 길로 해서 산성으로 스며들었을거라 추정들 한다. 

전봉준 장군도 한번쯤 돌아보았을 그 자리에서 숨을 고른다.
일몰 시각은 6시 22분, 4시 반쯤 출발해서 여유롭게 깐닥깐닥 오르려던 계획은 몹쓸 건망증으로 하여 이미 틀어졌다.
렌턴을 안챙겨 집에 다시 다녀왔는데 잊어버릴까 싶어 배낭에 기대놓기까지 했던 지팡이는 결국 두고 왔다.
하여 별반 늦을 일이 없는데도 괜시리 맘이 급하다. 

입암산 갓바위, 쉬지 않고 왔다.
우리 동네에서는 거북이처럼 보여 거북바위라고들 한다. 

방장산이 듬직하게 버티고 선 세상 부럼없는 천상의 잠자리가 예 있다. 

남쪽 방향 겹겹의 산 너머 무등산이 손짓 하는 곳..

동쪽으로는 지리산 주릉이 아스라하다. 보일똥 말똥..

서쪽 선운산, 소요산 산줄기 너머 칠산바다로 해 넘어간다.
곰소만 너머로는 위도가 보인다.

우리동네 저수지, 동림지가 길게 누워 있다.  

땅콩대를 태우는가? 들판에서 연기 피어오르고 저기 멀리 두승산이 의젓하다. 
군불 때던 시절이었으면 밥 짓는 연기 장관이었겠다. 
동네 모탱이 휘감아돌던 밥 짓는 연기 감미롭던 시절, 술레고 지랄이고 놀던 애들 집으로 내뺄 시간이다.  
술레 집에 간지도 모르고 짚베눌 속에 숨어 있다 잠들어 늦게사 헐레벌떡 집으로 뛰는 녀석들도 있을 터이다. 

천상의 잠자리

노을은 더욱 붉어지고 지상엔 불이 하나 둘 들어온다. 

아뿔싸 노을에 눈 파는 사이 동쪽 하늘에 달이 솟았다.
산 너머에서 올라오는 달을 놓치고 말았다. 

노을빛을 받았는가? 달이 붉다. 

정읍 시내

날이 흐려지고 달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자던 바람 일어나 몹시 불었다. 
바람이야 어쨌건 좌우튼 나는 잤다. 

얼나나 잤을까? 잠을 깨니 새로 한시가 좀 넘었다.
달이 중천에 떠 있다. 
구름이 걷히고 교교한 달빛이 흐른다. 
연무가 끼었는가? 달무리 졌다. 
저 멀리 산중에 불빛 하나 밤새 꺼지지 않았다. 

바람은 밤새 자다 일어나다, 나도 자다 일어나다, 바람 소리에 깨고, 더워서 깨고, 추워서 깨고..
그러길 너댓차례 아침이 밝았다. 
해 뜰 시각이 됐으나 해는 올라오지 않았다. 
온 하늘에 구름, 날이 흐리다. 
일석삼조는 실패다. 

지금은 옛길이 돼버린 국도 1호선 넘던 장성 갈재, 그 너머 듬직한 방장산.
진짜 옛길 갈재는 능선 위 송전탑 외약짝에 있다. 

무등산

두승산

산 너머 성내, 신림, 부안 들판, 그 너머 선운산 경수봉과 소요산이 자웅을 겨루는 곳, 거기가 고창이다. 

반야봉을 호위하듯 에워싼 구름바다, 지리산이 아스라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암산(만화제-갓바위).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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