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잘 잤다.
짐을 챙겨 길을 나선다.
초가을 입암산, 가을꽃은 아직 피지 않았고 막바지 여름꽃이 드문 드문 보일 뿐이다.

갓바위를 돌아본다. 

장성 사거리 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길을 탈 계획이다.
능선길은 이내 국립공원 관리지역을 벗어난다.
입암산 서쪽에 해당하는 능선길은 영산기맥 갈림길인 시루봉을 지나 먹범봉까지 이어진다.  
7km가량 되는 꽤 긴 능선이다. 

거칠어진 산길, 산 타는 맛이 난다.  
엉겨붙는 거미줄이 귀찮을 따름이다. 
이런저런 버섯들에 눈이 간다. 

광대버섯속(사진부족 동정불가)

말불버섯

암회색광대버섯아재비

긴목말불버섯

흰돌기광대버섯

버섯도감 뒤적거리다 이내 포기하고 버섯박사한테 동정을 부탁했다.
버섯은 너무 어렵다.
가짓수도 맣고, 유사종도 많고, 같은 버섯이라도 성장 정도에 따라 모냥새가 판이하기도 하고..
내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겠지만 먹을 버섯이 하나도 없다. 

시루봉에 당도했다.
시원한 바위 조망대에서 땀을 식힌다. 
쌕쌕이 소리를 내며 맹렬한 속도로 날아다니는 한무리 새를 본다. 
이동중인 칼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늘꼬리칼새. 
최고시속 170km까지 난다 한다. 정말 빠르다. 
쐐애액~ 소리가 난다. 
한 30여분간을 난사하여 간신히 얻은 사진들..
자유자재의 비행과 황홀한 비상, 순식간의 곤두박질..
칼새가 부럽다. 

청한 하늘 푸르른 저 산맥 넘어 멀리 떠나가는 새..
날이 흐린 것이 아쉽다.

남도로 뻗은 길, 나도 다시 길을 나선다. 

방장산

입암산 안고라당,
입암산은 바깥으로는 깎아지른 산세에 암벽이 즐비하지만 안창으로는 이렇듯 펑퍼짐한 분지를 품고 있다.  
하여 산성 안에는 논농사까지 지으며 살던 성안 마을이 있었다.  

먹범봉에 당도했다. 
먹범을 본다.
왜 먹범봉일까 오는 내내 생각했는데 바로 이 녀석 때문이었군..
머리가 절로 끄덕여진다. 

먹범을 지나치다 아차 하는 사이 길을 엇갈렸다. 
확실한 길을 따랐을 뿐인데..
다시 돌아가기는 그렇고 더 빠른 하산길이겠다 싶어 그냥 진행한다. 
산길은 한동안 몹시 가파르게 이어진다. 
그리고는 다시 완만한 능선길이 꽤 길게 이어진다. 
빠른 길이 아니었군..
산을 벗어난 곳은 조산 저수지, 바로 아래 조산 마을이 있다. 
본래 목적지는 신성 저수지였던 것인데 어피차 저수지로 내려왔으니 됐다. 

언제 날이 이렇게 변했는가?
쾌청한 전형적인 가을날이다. 
방장산을 바라본다. 

그야말로 가을, 가을날이 무르익어간다. 

입암산(갓바위-조산제).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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