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몽골은 지금 우기라 했다. 
거의 매일 잠깐이라도 비가 내리거나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 양이 하도 적어 우기라 우기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 그런데 이 날 하루는 많은 비가 내렸다.

하필 양 잡어먹는 날.. 

늑대 찾아 헤매다 돌아오는 길, 근거지에서는 양고기 먹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찾아왔다. 십리에 하나나 있을까 말까 한 인근 주민들이겄지.. 

우리가 손님인데 도리어 손님을 맞는다.
말 위의 몽골인들은 정말 멋지다. 멀리 사라져가는 매혹적인 뒤태에는 정말이지 반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빗방울은 더욱 굵어지고.. 아~ 분위기 죽인다.

술을 먹기도 전에 우리 술꾼들은 이미 취하기 시작했다. 

 

 
 

아침나절 양은 이미 잡아놓았다. 

목줄 따 피 받고, 내장 들어내고, 가죽 벗겨 몸통을 분리하는 전 과정에 물은 필요치 않았다. 

내장은 양을 제공한 안주인이 가져갔다. 

몽골 사람들도 버리는 것 없이 남김없이 발라먹더라. 

양은 그닥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죽어가면서도 순한 양이었던지, 도축 기술이 좋았던지..

 

자작나무를 불쏘시개로 지핀 말똥 모닥불 속에서 달군 돌을 꺼내 저민 양고기를 익힌다. 
양고기 넣고 달군 돌 넣고, 고기 넣고 돌 넣고.. 이름하여 허르헉, 두어 시간 걸린다 했다. 

나는 맛보지 못했다. 혹은 먹었으되 기억이 길을 잃었을 수도..

 

몽골 사람들은 생고기를 먹지 않았다. 

물었다. 위생상 먹지 않는거냐? 그렇지는 않다고, 다만 먹지 않을 따름이라고.. 조상 대대로..

하여 먹어봤다. 생고기로.. 못먹을 일 없지 않은가? 맴생이도 먹는데..
맛있더라.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상당한 양을 생으로 먹었던 듯..

혹은 달군 돌에 얹어 익히는 시늉 해가며..

 

 
 

술은 보드카, 우리는 주로 39도짜리를 먹었다. 

얼마나 마셨을까? 

정신이 들고 보니 텐트에 누워 있더라. 동짝 하늘이 훤한 것이 그새 아침이 밝았구나 생각했다. 

주섬 주섬 옷 챙겨 입고 사진기 챙겨 들고 길을 나선다. 늑대 찾으러 가야지..

세상에.. 그때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더라. 

자리에 끼어들었다. 그란디 이 사람들 아직도 엊저녁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 이 사람들 술을 너무 먹었군..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모르다니..

아.. 그런데 천지분간을 못하는 건 나였다. 두어시간 쓰러져 자고 일어나 아침인 줄 알았던 것이었으니..

불현듯 낮잠 자고 일어나 학교 간다고 가방 챙겨들고 나서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차 속에서 시들었던 최현명 선생은 "여기 어디에요?" 한마디로 천지분간 못하는 나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한수 위, 갑 오브 더 갑. ㅋㅋㅋ

 

나는 속풀이를 밀가리것으로 한다. 
몽골리안 칼국수, 양탕을 끓여 그 국물에 진득하게 끓인 칼국수. 
몽골 사람들 매일같이 이걸 먹더라. 나는 매일같이 얻어먹었다. 

 

양 잡아먹던 날, 어지간한 술꾼들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양고기에 대한 기억들이 죄다 희미하더라. 
하여 다시 잡았다. 전 과정 취하지 않고 끝까지 가기로 맹서를 다지면서..
양 한마리 대략 7만 원 정도 하니 부담이 없다. 내가 잡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내장이 맛있다. 몽골 가서 양 잡아먹을 일 있거든 꼭 챙겨 드시라. 

내장은 라면 스프에 찍어먹으면 의외의 맛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멧돼야지 사냥꾼들이 그렇게 먹더라. 

 

조선 땅에서 먹는 양꼬치는 더 이상 양꼬치가 아니다. 

정말 맛있다. 이것 역시 꼭 드셔보시길.. 

 

허르헉, 양고기의 독특한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반드시 드셔보시라. 

비가 안오니 취하지도 않더라. 한번 먹어봤던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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