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비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운곡습지에서 한국뜸부기 소리를 채록한 이후 여름내 틈만 나면 그곳에 갔다. 

가뭇없이 사라져 버린 한국뜸부기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무더위 끝 가을이 시작될 무렵 팔랑거리는 나비들한테 사진기를 들이댔던 것이다. 

나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하여 애호랑나비를 알게 되었고 봄이 오면 별렀다. 

이번에야말로 너를 보고야 말리라. 

 

봄날이 가는 건 순간이더라. 

덧 없이 세월은 흐르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을 내 과연 몇 번이나 맞을 수 있단 말이더냐?

때 이른 절박함을 가슴에 품고 길을 나섰다. 

무등산 중봉에 가면 너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세워 두었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중봉으로 가는 능선은 몹시 추웠다. 

키 작은 관목림 속 자태를 뽐내는 진달래들도 추위에 떨고 있다. 

너를 볼 수 있을까? 의심이 싹터 올랐다. 그런데..

중봉은 작은 바위 봉우리, 그 언저리에 이르니 거짓말처럼 네가 있더라. 
서너 마리를 봤다. 바람에 날릴 새라 아직은 메마른 땅바닥에 달라붙어 안간힘을 쓰고 있더라. 

 

 

"봤으니 되얐다"

발길을 옮기다 짝짓기 중인 녀석들을 만났다. 

곱절로 고생하고 있더라. 

사진만으로 현장의 진실을 다 옮길 수 없다. 

 

 

복부에 잔털이 많은 것이 수컷이라 했다. 
아래쪽이 수컷인가? 구분이 잘 안된다. 

 

 

 

손가락을 갖다 대니 냉큼 부여잡고 올라탄다.

바람을 등지고 앉아 나름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준다. 

오래 걸린다..

 

 

비교적 바람 잠잠한 아늑한 곳에 고이 내려 주고 나는 내 길을 나선다.
이 자리에서 오래도록 번성하길.. 

 

애호랑나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 널리 분포.
진달래, 얼레지 등의 꽃에서 흡밀 하며, 수컷은 산 능선과 정상으로 비상해 오르는 습성이 있다. 
암컷은 식초(족두리풀)의 잎 아랫면에 산란한다. 
부화하여 나온 애벌레는 여러 마리가 모여 살다 3령 이후 먹이를 찾아 흩어진다. 
초여름에 융화하여 번데기로 월동한다. 4~5월 출현하며, 연 1회 발생한다. 

 

 

아래 보이는 능선 왼쪽 봉우리와 그 일대가 애호랑나비 주요 서식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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