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다시 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을 지나 모래재에서 그 첫발을 내딛는다. 

호남정맥의 실질적인 뿌랑구라 할 장안산에서부터 치면 예까지 오는데 무려 4년이 걸렸다. 

앞으로 또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백운산에 가 닿게 될지 알 수 없다. 

좌우튼 가보는 게다. 시작했으니 끝을 볼 날이 있겄제, 암만..

 


어제, 그제 내린 비로 산은 훨씬 황량해졌다. 

이제는 겨울이니 눈이 내려야 겨울산의 면모를 갖추게 되겠다. 

올해는 눈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는데 날이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문제다. 

 


조망 없는 숲길, 커다란 묘지 하나 있어 앞이 트였다. 

마이산이 삐쭉, 모래재에서 내려서는 도로가 산을 크게 휘감아 돈다. 

 


조망 없는 산길을 걷고 걸어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귀한 조망 하나 얻는다. 

도로 하나 구불구불 모래재를 향해 기어오른다.  

3정맥 분기점, 조약봉(주화산) 다소곳하고 그 너머 연석산, 운장산이 우람하다. 

 


흑염소 농장을 지나며 다시 얻은 귀한 조망, 이번엔 마이산이다. 

 

곰티재

신작로가 나기 전 전주와 진안을 잇던 옛 선인들이 넘나들던 오래된 고갯길을 지난다. 

고갯길이 참으로 고풍스러워 언제 시간 되면 깐닥깐닥 넘어보고 싶다. 

1592년 조선을 침략한 왜군과 전라도를 지키던 수비군 사이에 큰 전투가 있었다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 곳을 지키던 군사들이 전멸하다시피 했으나 왜군들도 더 이상 전투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커 그냥 되돌아갔다는, 그리하여 나라의 곡창 호남지역이 지켜지고 전세 역전의 발판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고개를 중심으로 좌우 능선 일대가 '웅치 전적지' 되겠다. 

 


이 녀석, 봄인줄 알았구나..

고깔제비꽃 하나 수북한 낙엽을 뚫고 올라와 햇볕을 쬐고 있다. 

 


땡초 김밥 두 줄로 점심을 잇대고..

 

 웅치 전적지 기념탑


여기도 곰티재, 1910년대 개설된 이른바 '신작로' 되겠다. 
1972년 모래재 도로가 뚫리기 전까지 전주와 무진장 지역을 잇는 유일한 교통로였던 것이다.

사고가 잦아 모래재가 뚫렸으나 모래재 역시 이제는 보룡재를 넘는 새 도로에 임무를 넘겨주고 옛길이 되어가고 있으니 세월 따라 도로의 운명도 변해간다. 

 


곰티재를 지나면 곧바로 만덕산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대략 3km가량 오르면 만덕산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만덕산 정상부에 이르면 조망이 팡팡 터지게 되는데 오늘 산행의 절정 구간이 되겠다. 

눈 아래 익산-장수간 고속도로가 지난다. 

이제 고갯길 따위는 필요치 않다. 생짜로 굴을 뚫고 교각을 세워 길은 직선으로 달린다. 

그 옛날 걸어 넘던 고갯길에서 가장 현대화된 최첨단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오늘 많은 길과 만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굉음이 쉴 새 없이 귓전을 때린다.  

 


참으로 산 많다. 

멀리 연석산, 운장산, 곰직이산, 구봉산 능선이 펼쳐지고 남지기 산들은 변변한 이름조차 없다. 

 


눈을 살짝 돌리니 부귀산과 마이산이 마주 보고 그 뒷전 덕유 주릉이 우람하다. 

 


고개를 좀 더 돌리면 장수 팔공산, 선각산, 덕태산, 진안 성수산 지나 마이산으로 이어지는 금남호남정맥 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이 안에 진안고원의 산들 다 들어 있다. 

 


마이산 한 번 땡겨보고..

 


이번엔 고개를 반대편으로..

아직 알아볼 만한 산이 하나도 없는 미지의 영역, 호남정맥 남진 길이 이어진다. 

짜릿한 전율이..

 


만덕산, 정상은 따로 있으나 정상 구실 톡톡히 하고 있는..

3개 면 접경에 있어 삼면봉이라 한다는 글이 검색된다. 

인접해 있는 정상은 조망이 없어 보여 굳이 가지 않았다.

날도 저물고..

 


저 멀리 모악산, 외약짝에 경각산 오른짝에 고덕산을 거느리고 너른 품을 활짝 펴고 있다. 

 


외약짝 경각산, 고래 鯨에 뿔 角, 고래뿔산 되시겠다. 

참으로 잘 지은 산 이름, 언제 적부터 그리 불렀는지 궁금하다. 

 


문 산이 이리도 많을까? 

산이 많아서 우리 민족 한이 많을까? 

가슴이 벅찬 듯, 쓸쓸한 듯, 알 수 없는 슬픔 한 덩어리 치밀어 오른다.

호남정맥은 오른짝으로 이어진다. 

 


외약짝 관음봉, 오른짝 끝 아스라히 경각산.

정맥은 굽이쳐 경각산을 지나게 되니 머지않아 저곳을 지나게 되겠다. 

산길은 언제가 갈 之자..

 


멀리 모악산 한번 바라보고 만덕산에서 벗어난다. 

상당한 내리막 끝 조망 없는 숲길 내달려 사자산 못 미쳐 임실 관촌 회봉리로 내려선다. 

늦잠을 잔 탓에 오늘도 반토막 산행.

 

 

20201121호남정맥 모래재-만덕산.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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