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가? 모처럼
눈다운 눈이 내렸다.

눈이라는 것이 본디
밤에 내려 남몰래 쌓이는 법이거늘..
나가? 말어? 이불속 고민을 비웃으며
벌건 대낮에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대놓고..

 

아침나절 서운하던 눈이
순식간에 폭설로 변했다.

 

 

눈이 내린다 흰 눈이 내린다
함박눈 송이송이 고요히 내린다.

잠시나마 이 꼴 저 꼴 다 잊고
깨끗하고 순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라는 것일까?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나가야 된다, 약속이 있으니..
고창 사람들은 눈길에 거침이 없다.

돌아오는 길,
눈이 그쳐 간다.

 

아침이 밝았다. 하늘은 파랗고,
볕을 받은 눈이 퍽으나 다소곳해졌다.

문 소린지 도통..
중문학자한테 시적 해석을 부탁했다.

답이 왔다. 
"꽃을 보고 기뻐하며 볕을 향해 열고 
저녁에 문 닫고 한가로이 편히 잠들다"
평생을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제야 알았다.
음.. 무척 한가한 말씀이로군..

지금이야 바람이 제 멋대로 열고 닫지만
어릴 적 한 때 내 일이었던 적이 있다.
"대종아 대문 지궈라" "예~"
빗장 거는 데 나름 기술이 필요했던..
그 시절이 아스라 허네.

어젯밤.
대문 앞까지 차가 들어오지 못했다.

한 시간 남짓 치웠다.
눈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나가야지, 밥 묵고..

 

'먹고 놀고.. >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뚝방에서 별보기  (2) 2021.02.05
반달  (0) 2021.02.04
초승달  (0) 2020.12.24
봄날은 간다.  (0) 2019.03.27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0) 2018.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