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역을 누르면 첫 페이지로 이동
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페이지 맨 위로 올라가기

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통일농업 실현!

선운사 복수초

  • 2021.02.22 17:59
  • 새, 나비, 풀, 꽃/풀,꽃이야기

세월 참 쏜살같다 탓하기만 했지 흐르는 세월 속에서 때가 바뀌고 있음을 잊고 살았다. 
엊그제만 해도 분명 겨울이었다. 눈이 내리고 수도가 얼어붙었으니.. 
그런데 어느 결에 봄이 와 있었던 것이다.
귓전을 스치는 봄소식에 소스라쳐 낮술 한 잔에 나른해지는 몸을 추슬러 세운다. 
다시 찾은 선운사 골짝, 불과 이틀 사이 산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온 산을 뒤덮고 있던 흰 눈은 봄 눈 녹 듯 사라져 눈을 씻고 찾으래야 찾을 길이 없다.  

분명 고인돌이다. 
옛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큰 돌을 다룰 생각을 다 했을까?
하지만 한 번 써 놓은 힘 수천 년 세월을 떠받치고 있다. 

 

고인돌을 지나 복수초 군락지로 들어선다. 
꽃은 이미 피고 지고 있다.
내 지금이 그때라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면 엊그제 눈 나리는 날 예 왔어야 했다. 
잊고 살았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시절이 바뀌고 있음을..
바야흐로 봄이다. 복수초 흐드러진.. 
지동으로 노래가 흘러나온다. 

복수에 빛나는 총탄으로 이제 고인 눈물을 닦아다오~
마침내 올려질 승리의 깃발 힘차게 펄럭여다오~

그 복수 이 복수 다를지언정 너만 보면 나는 이 노래가 나온다. 

 

색감 참 오묘하고 신비롭다. 

내 한때 산과 들판을 누비며 들꽃을 찾아다닌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다른 데 있는 꽃이 고창에는 없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무던히 뒤지고 다녔더랬다. 
그러다 찾은 곳, 여기는 내가 아는 고창 유일의 복수초 군락지다. 

복수초는 일본인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다만 한자 말고 순 우리말로 눈색이꽃 혹은 얼음새꽃이라 불렀다 하니 앞으로는 그렇게 불러보도록 해야겠다. 
그중에서도 눈색이꽃(눈을 삭이며 올라오는 꽃)이라는 이름이 퍽 마음에 든다. 
그런데 야가 정말로 눈과 얼음을 뚫고 꽃대를 올릴까?
그럴 수도 있겠으나 실상은 꽃을 시샘하는 때늦은 눈이나 추위에 의한 착시현상일 게다. 

꽃밭을 떠나 산을 오른다. 
꽃 본 김에 해도 보자는 것이다.
여기는 수리봉, 해가 뉘엿뉘엿 칠산바다를 넘보고 있다.
때는 잘 맞촤 왔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해는 분명 바닷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해가 넘어가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어둠이 깃드는 능선길, 이 시각의 산은 참으로 아름답다. 

 

태초에 하늘과 땅이 갈라지자 그 사이에 산이 솟고 물이 생겨났다. 

 

728x90
반응형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 카카오스토리
  • 트위터
  • 페이스북

'새, 나비, 풀, 꽃 > 풀,꽃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주바람꽃  (0) 2021.03.27
변산바람꽃  (0) 2021.02.28
선운사 복수초  (0) 2021.02.22
진노랑상사화, 원적암의 추억  (0) 2020.07.25
봄꽃  (0) 2020.05.17
깽깽이풀  (0) 2020.04.14

댓글

방문자 정보

이 글 공유하기

  • 구독하기

    구독하기

  • 카카오톡

    카카오톡

  • 라인

    라인

  • 트위터

    트위터

  • Facebook

    Facebook

  •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

  • 밴드

    밴드

  •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 Pocket

    Pocket

  • Evernote

    Evernote

다른 글

  •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2021.03.27
  •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21.02.28
  • 진노랑상사화, 원적암의 추억

    진노랑상사화, 원적암의 추억

    2020.07.25
  • 봄꽃

    봄꽃

    2020.05.17
다른 글 더 둘러보기
호남정맥 경각산(슬치~불재)
이 글은 어떠세요?

호남정맥 경각산(슬치~불재)

  • 최신
    • 1
    •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
    • 1609
  • 다음

정보

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 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의 첫 페이지로 이동

검색

메뉴

  • 농사꾼 조선낫?
  • 세상사
  • 농업, 농민, 농사
  • 일상사
  • 새, 나비, 풀, 꽃
  • 산
  • 책
  • 농민화가 박홍규
  • 안부 남기기

카테고리

  • 농사꾼 세상 (1609)
    • 세상사 (144)
    • 농업, 농민, 농사 (387)
      • 농사 (36)
    • 먹고 놀고.. (320)
      • 사진이야기 (62)
      • 고창이야기 (3)
      • 먹는이야기 (140)
      • 여행이야기 (12)
    • 새, 나비, 풀, 꽃 (413)
      • 나비 이야기 (81)
      • 풀,꽃이야기 (76)
      • 새 이야기 (252)
    • 산 이야기 (178)
      • 백두대간 (23)
      • 호남정맥 (12)
      • 영산기맥 (3)
      • 소요지맥 (4)
    • 책 이야기 (21)
    • 동학농민혁명 (13)
    • 탐라이야기 (42)
    • 농민화가 박홍규 (55)

최근 글

  •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2021.03.27
  • 봄

    봄

    2021.03.21
  • 고창 갯벌, 동죽 예찬

    고창 갯벌, 동죽 예찬

    2021.03.13
  • 토지는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토지는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2021.03.11

인기 글

  • 호남정맥 모래재 ~ 만덕산

    호남정맥 모래재 ~ 만덕산

    2020.11.22
  • 불통, 꼴통 송하진 도지사 규탄 전북 민⋯

    불통, 꼴통 송하진 도지사 규탄 전북 민⋯

    2020.11.28
  • 전북도청 앞 농성장의 밤

    전북도청 앞 농성장의 밤

    2020.11.19
  • 기고만장 송하진 연하장

    기고만장 송하진 연하장

    2021.01.05

댓글

  • 내주변에 있는 산들, 늘 아래에서만 바⋯
  • 혹시 박홍규 작가님 연락처를 알 수 있⋯
  • 예, 저도 작가님한테 알리고 상의하겠습⋯
  • 창작자의 지적 재산권은 당연히 존중되⋯

공지사항

아카이브

  • 2021/03
  • 2021/02

태그

  • 농민만평
  • 사진
  • 박홍규
  • 전농
  • 여행
  • 요리
  • 통합진보당
  • 음식
  • 이슈
  • 농민

나의 외부 링크

  • 전국농민회총연맹
  • 한국농정신문
  • 농업농민 정책연구소 '녀름'
  • 땅소리세상
  • 버드디비
  • 페이스북
  • 오래오래산방
  • 녹운의 접사사진 블로그

정보

농사꾼 조선낫의 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농사꾼 조선낫

블로그 구독하기

  • 구독하기
  • RSS 피드

방문자

  • 전체 방문자 1,543,652
  • 오늘 82
  • 어제 86

티스토리

  • 티스토리 홈
  • 이 블로그 관리하기
  • 글쓰기
Powered by Tistory / Kakao. © 농사꾼 조선낫. Designed by Fraccino.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