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바람꽃을 보러 갔었네, 12년 만에.. 
실로 오랜만이라 마음이 둥실거렸어. 
발걸음도 가볍게 골짝에 들어섰지. 
능선에 걸린 해가 빛을 뿌리고 있었고, 
그 빛을 받은 꽃들이 반짝이고 있었지. 
오늘은 개짜 띠고 그냥 별꽃이라 부르자 마음먹었네, 이쁭게..

 

해는 설핏 넘어가 버리고 골짝에는 돌연 스산한 바람이 불었지.
꽤나 차가운 바람이었어. 
허나 만발한 꽃들이 있어 나는 춥지 않았네. 

금괭이눈과 하얀 (개)별꽃, 종도 깔도 다르지만 나란히 피어 어우러졌네.

골짝을 거슬러 올라 만주바람꽃을 만났어. 
아~ 그란디 내 한 발 늦었군..
이미 지고 있었어, 때를 맞촤 온다는 것이..
미안하다 꽃들아. 

 

혹 게으름뱅이라도 있을까 샅샅이 뒤졌어.
일제히 피었다 한결같이 지고 있네. 
부지런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12년 전에는 3월 19일, 오늘은 23일, 나흘 늦었을 뿐인데..
바람 같은 녀석들 같으니라고..

 
 

2009년, 그날의 만주바람꽃

오늘은 니가 질로 장허다. 

 

꽃들이 배웅하네. 
"내년에 또 오셔~
늦지 말고 시간 잘 맞촤 오셔~"
내 약속하지 않았네. 모르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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