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러 나선 길, 섬으로 간다. 
때는 4월 4일, 바야흐로 봄이었다. 
비안도, 새만금 방조제 바로 옆 고군산군도에 속한 작은 섬.
가력도 선착장에서 작은 배를 빌려 타고 섬에 들었다. 
벚꽃 흐드러졌더라. 

한 달 요량이나 지난 사진을 왜 이제야 들추는가?
그날 이후 종적을 감췄던 메모리카드가 나타났던 것이다.
어제 일이다. 

너무 일찍 길을 나섰을까? 
새가 없다. 

검은머리물떼새, 좀 외로워 보인다. 

음.. 제비 수 없이 날아다니더라. 
여기서 처음 봤던 것인지 확실치 않다. 

쑥새, 가만있자 이 친구도 이동 중인 겐가? 
아.. 곧 번식지로 가겠군. 이미 떠났으려나?
거의 만리길을 간다 하네. 먼 길 무탈하길..

다시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뿐인가 했더니 여기저기 꽤 있더라. 

굴 까먹는 검은머리물떼새.
서양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지었나 보다. 
Eastern Oystercatcher, 영어 이름이 그렇다네. 

 

갑자기 나타난 괭이갈매기, 왜 내 구역 침범하냐 따지는 듯하더니 정작 다시 날아가 버렸다. 
싱거운 녀석..

섬에서 나와 장자도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아침, 장자봉에 오른다. 
새 보러 나선 길이었으니 새를 본다. 

노란턱멧새, 이 녀석은 철새인가 텃새인가? 
철새 같은 텃새라네. 번식기에 깊은, 혹은 높은 산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여름철 지리산 주릉에서 자주 본 듯.. 

노란턱멧새하고 놀고 있는데 좀 더 어두운 숲 속에서 낙엽 뒤적거리는 소리 들린다. 
검은지빠귀, 나하고는 첫 대면이다. 
이른바 종 추가, 반갑다 검은지빠귀야~
이 녀석은 나그네새, 월동지에서 번식지로 이동 중에 잠시 쉬어가는 중. 
어찌나 까칠하던지 단 한 장의 사진만을 남겼던 것이다.

 

노란턱멧새 암수, 동물의 세계에선 수컷이 이쁘다.
물론 어디에나 그렇듯 예외는 있다. 

새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새로운 종을 만나는 설렘과 기쁨도 크겠지만 늘 보는 새를 새삼 확인하는 것도 커다란 위안이 된다. 
작년에 만났던 새를 계속 그 자리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은 새를 보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일 게다. 
날로 파괴되고 사라져 가는 새들의 서식지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서해안 갯벌, 그중에서도 새만금 갯벌의 파괴는 수많은 새들에게 결정적인 생존의 위협으로 되고 있음을.. 
새들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사람인들 온전할 수 있을까? 
우리들에게는 세상을 길게 보는 안목이 너무나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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