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 있었다. 
언제 적인지 기억은 아스라한데 고작 한 달 살짝 넘어섰을 뿐이다. 
영원할 것 같은 기억도 실상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은 산화되고 파편만이 어지럽게 날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사진이 있으니 얼기설기 기억이 복원된다. 

 
 
 

염암재에 차를 두고 정맥에 안긴다. 
염암재를 여태 영암재로 알고 있었다. 
독수리 아직 우리 하늘에 머물고 진달래, 생강나무 꽃봉오리 터뜨리는 가운데 동고비는 둥지 새단장 견적을 뽑고 있었다. 
생기발랄한 봄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운암댐으로 흘러드는 섬진강 물줄기 너머 장대한 지리 주릉이 버티고 있다. 
산 참 많다. 아무래도 우리는 산악 민족이다. 

꽃다지, 작업장 언덕길 아니고 산길 무덤가에 무리 지어 피었다. 
이름 없는 봉우리 넘어 오봉산의 영역으로 접어든다. 
갈림길에서 잠시 조망 터지는 조망처로 간다. 
드디어 내 고향의 낯익은 산들이 등장한다. 

고부 두승산

울울 첩첩 둘러선 산 너머 내장산 망해봉, 입암산, 방장산이 늘어섰다. 

까악~ 까악~ 까마귀 떼 날고..

 

오봉산 방면 산줄기를 타 넘는다. 
2봉, 3봉, 4봉..

운암댐 너머 지리산

운암대교가 보인다. 
가야 할 산줄기, 운암 삼거리 지점이 눈 아래 보인다. 
그 뒤에 산 하나 듬직하게 서 있다. 

붕어섬

오봉산 정상에서 남서진하는 정맥을 가늠해본다.

두승산, 방장산이 아스라하다. 

여기만 내려서면 도로, 정맥은 한동안 도로 위에 놓인다. 타박타박 걸어 운암 삼거리. 
순창 사람 정룡이가 소개해 준 귀인이 차를 몰고 마중 나왔다. 
손쉽게 원위치로..

그날 이후 한 달여, 진달래 피고 지고, 산벚 피고 지고..
연두색으로 곱게 물들던 산이 어느덧 초록으로 일색화 되었다. 
좋은 시절 마구 지나간다. 나는 언제나 다시 호남정맥에 안길 수 있을까?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