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홍어를 먹지 못했습니다.
홍어 특유의 맛과 향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홍어가 먹을만하다는 감이 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싱싱한 홍어의 비린내가 거북스럽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한 2년전의 이야기.
때를 같이하여 주 활동무대가 전주로 옮겨져 전주시내 홍어 잘하는 집 두세곳(탕이 좋은 집, 찜이 좋은 집, 국내산 홍어를 쓰는 집)을 자주 들락거리게 되었고 지금은 홍어를 매우 즐기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기회가 닿을때마다 여기 저기서 홍어를 먹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전주의 홍어맛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산포의 홍어가 다소 어중간한 맛으로 대중화되어 있다면 전주의 홍어는 여간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먹기가 다소 사나울 수도 있다 할 겁니다.
또 목포의 유명한 홍어집들마냥 엄청 비싸지도 않고 약간만 무리하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나에게 있어 문제는 전주에서 술을 먹고(막걸리는 들큰해지면 쉽사리 깨지도 않는단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오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흥덕에 홍어를 잘다루는 집이 있다 하여 가보게 되었고 지금은 둘도 없는 단골이 되어 있습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솜씨라 하고 직접 삭힌다 합니다.
홍어회의 그 맛은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독특함이 있습니다.
코로 느껴지는 향은 강하지 않고 입에 넣고 씹는 첫 맛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지고 찰집니다.
그런데 씹기를 반복하다보면 콧김이 뜨거워져 결국은 입이 벌어지게 만드는 그런 맛입니다.
좀 가난한 터라 제대로 된 흑산홍어를 먹어봤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으나, 칠레산 홍어를 쓴다는 이 집 회맛은 가히 일품이라 생각됩니다.

사진을 찍겠다 하니 같이 먹던 친구 각시가 홍어 잘 보여야 된다고 화분에서 꽃을 따다 장식을 했습니다.

찜을 시킨날 찜 되는동안 입맛 다시라고 준 써비스 홍어입니다.


회보다 더욱 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찜입니다.
"입천장이 확 돈다"는 말은 바로 찜을 먹을 때의 경험을 표현한 것일 겁니다. 
입천장이 들뜨고 급기야는 벗겨져버린다는...
특히 뜨거울 때 한입 넣고 숨을 들이쉬면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왜 홍어에는 막걸리인지 알 수 없으나 소주랑 먹는것보다는 막걸리가 훨씬 좋습니다. 아무래도 홍어의 강한 자극에 놀란 입안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고추로 '째'를 좀 냈습니다.

물기없이 꼬득꼬득한 홍어가 결대로 일어납니다.

뻬까지 싹 볼라부러야 쓸거인디 워낙 배가 부릅니다.


이렇게 회와 찜을 동시에 먹을 경우 막걸리 한되까지 해서 4만원입니다. 
아렇게 착한 가격 아마 드물겁니다.
보통은 한번은 회를, 한번은 찜을, 그런 식으로 먹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랑 이양이양 하면서 먹다 보면 보통 밤이 늦지요.
그래도 집이 가까우니 부담이 없습니다.
혹 선운사를 지나시다가 갑자기 짱어가 아닌 홍어가 생각나신다면 꼭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서해안 고속도로 선운사 나들목이 있는 흥덕면에 있습니다.
'행복 레스트호프' 가게 이름이나 겉모양은 영락없는 호프집입니다.
생맥주는 팔지 않구요. 홍어는 매우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