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집에 산다. 
올해로 아흔넷, 좀 있으면 백 살 자신다.
나는 쉰여섯, 좀 있으면 환갑 되시겠다. 

집을 한 번 크게 손봐야 할 때가 됐다. 
지난 30년 얹혀살기만 했으니,
'드잡이'가 필요하다 했다.

이것은 집에 대한 나의 사명이 되었다. 
늘 나들아다니는 곤궁한 살림살이,
드잡이는 필생의 과업이 될 수도 있다.

돌아온 늦은 밤 문 왈칵 열린 불 켜진 방 
불 끄고 문고리 거는 것은 내 일이었다. 
날파리떼가 방을 점령했다. 

딸내미들 방으로 피신한다. 
잠 깨어 일어난 아침 오래된 달력 앞
이 자리에서 십수 년이 묵었다.  

90년 세월 속에 십수 년이야 뭐,
반백년 한 자리 벽시계도 계시는데
저 시계불알은 언제 명을 다했을까?

딸내미들조차 들여다보지 않는 이 방은
이제 내 기억 속에서나 딸내미 방이다. 
드잡이가 필요하다, 집이고 기억이고..

 

 

'먹고 놀고.. >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 나리던 날  (0) 2022.03.13
오래된 사진, 오래된 기억  (0) 2021.07.05
  (0) 2021.03.21
뚝방에서 별보기  (2) 2021.02.05
반달  (0) 202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