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집에 내려오는 아이들은 옛 사진첩 들춰보는 것을 좋아한다. 
세 놈이 한 자리에 모여 앉기라도 할 양이면 지들끼리 깔깔대며 재미가 좋다. 
그런데 그 기억이라는 것이 때로는 놀랍다. 
아니 그 시절까지 기억한다고?
그게 가능해?

하여 생각해본다.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어떤 것일까?
가장 오래된 사진을 들춰보지만 나는 이 사진 속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제는 이 사진의 내력에 대해 말해줄 사람도 없다. 
추정컨대 할아버지 첫 번째 기제사, 하니 사진 속 나는 세 살일 것이다. 
딱 봐도 세 살로 생겼다.
동짓달이 생일인 나는 애문살 먹었다. 

아버지 등에 업혀 흐느끼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마을 안길 또랑에 녹깡을 묻고 있었다. 
어른들이 나를 보고 한 마디씩 하고 아버지는 허허 웃으신다. 
그중에 개팽이 아재가 기억난다. 
하나 더 있다.
정읍역, 나는 어머니 등에 업혀 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몰리는데 앞에 커다란 등판이 답답하게 시야를 가린다. 
그 냥반 등판을 손으로 힘껏 밀었다.  
아저씨 뒤돌아보며 말한다. 
"아따 아주머니 길력 씨요~"
"우리 애기가 안 미요.."
두 냥반이 함께 웃는다. 
나는 웃지 않았다. 그때 나는 꽤 심각했던 것이다. 

어떤 것이 앞선 기억인지 알 수 없다. 
아마 사진보다는 뒷날의 일이지 싶다. 
저만할 때 기억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헌데 우리 딸내미는 저만할 때 기억을 갖고 있더란 말이다. 
그것도 생생하게..
묘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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