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어둠 속, 구름에 잠긴 지리산 너머 뿌옇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어둠을 도와 길을 나선다. 우리는 울릉도로 떠났다. 
심기일전, 의기투합, 우리는 이런 단어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것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울릉도 여행은 꽤 많은 곡절을 불러왔다. 

길을 나선 지 대략 여덟 시간, 한낮이 돼서야 울릉도 땅을 밟았다. 
횟수로는 세 번째 6년 만이다. 
일행들이 뱃멀미에 시달렸다. 
단 한 번도 뱃멀미를 해보지 않은 나조차 속이 꽤나 메슥거렸다. 
배에서 내려 땅을 밟고도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 
산길을 타려던 계획은 버스를 타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우리는 곧장 나리분지로 들어갔다. 
나리분지는 분화구에 오랜 기간 흙이 퇴적되어 형성된 울릉도에서 가장 너른 평지다. 
나는 울릉도의 첫 밤은 나리분지에서 보내왔다. 
들녘 태생인지라 평지에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모양이다. 
갖은 산나물과 각종 술이 들어가니 속이 진정되고 다시 기운이 솟는다. 
숙소에 짐 풀고 할랑할랑 숲 속을 거닐고 나서야 우리는 온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섬참새

섬참새들이 떼 지어 날아다닌다. 얼핏 보면 참새와 다르지 않다. 
울릉도에서 번식하고 번식 후에는 울릉도를 떠나 경북 해안지대에서 월동한다. 
눈 많은 울릉도의 겨울이 혹독하기는 녀석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숲에 든다. 숲 속은 흡사 제주도의 곶자왈 지대를 방불케 한다. 
간간이 비가 흩뿌리지만 숲이 다 가려준다. 
성인봉 거쳐 하산길로만 지나친 터라 숲을 빠져나가기 바빴는데 이른 시간에 한가하게 걸으니 참 좋다. 
이곳저곳 들여다보며 한 없이 타박타박 걷고 싶은 숲길이다. 

잠시 성인봉으로 착각했으나 지도에 표기된 바 미륵산으로 보인다. 
섬에 머무는 동안 저동 포구에서 단 한 차례 어둠 속에 드러난 성인봉을 보았을 뿐 우리는 내내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성인봉은 늘 구름 속에 들어 있었다. 

여기는 알봉분지, 관광용이 되어버린 투막집이 외롭다. 
저짝 뾰족한 봉우리를 송곳봉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착각이었다. 
지도에 송곳산으로 표기된 깃대봉이다. 저 봉우리는 오를 수 있다. 봉우리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더라. 
내 다시 오게 된다면 저 봉우리에서 하룻밤 묵게 될 것이다. 

암먹부전나비

마친 것인지,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매우 흔한 나비,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섬초롱

울릉도 특산 동식물에는 섬, 울도, 우산, 울릉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흑비둘기

거목이 자생하는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을 선호하며 후박나무, 누리장나무, 마가목의 열매를 즐겨 먹는다. 
울릉, 제주, 흑산, 가거, 관매도 등에서 서식하며 울릉도 사동의 서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노랑물봉선
 
 

세 번에 걸쳐 삼양주로 빚은 씨껍데기술은 나리분지에서만 먹을 수 있다. 
향이 좋고 텁텁하지 않으며 많이 먹어도 숙취가 없다. 
어둠이 내린 나리분지에서 밤늦도록 잔질을 거듭하였다. 
그렇게 울릉도에서의 첫날밤이 깊어갔던 것이다. 


 

 

야성의 섬 울릉도를 가다.

얼마나 많은 계획들이 세워지고 허물어졌던가? 한번 간다 간다 하면서도 실제 마음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무가내의 묻지 마 추진력이 발동되지 않는다면 평생을 미루다 끝나버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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