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동의 아침이 밝았다. 
밤사이 비가 오락가락, 이따금 몰아치는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렸다. 
날이 밝았으나 날씨는 여전하다. 낮게 드리운 구름이 분지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다. 
배가 뜰까 걱정하는 사이 6시가 채 되지 않아 택시 기사로부터 출발한다는 전화가 왔다.
우리가 걸기로 했는데 먼저 걸려온 것이다. 
배는 7시 30분 출항이다. 불길한 징조라 여겼다. 

기사님 말씀하시길,
"울릉도에서는 비 걱정하지 마시라. 대부분 지나가면서 흩뿌리는 것이니 길게 내리지 않는다. 지금 날씨 나쁘지 않다. 오늘 독도에 충분히 접안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정보다 서두른 것은 도로 공사로 시간이 지체될 것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마치 우리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오해하지 말라는 듯..

6시 50분 우리는 도동항에 도착했다. 한데 배가 없다. 여객 터미널은 텅 비었다.
파도가 거세 출항지가 저동항으로 바뀐 것이다.  
독도에 가려면 반드시 배편을 미리 예약해야 하겠다. 그래야 항운사로부터 운항과 관련된 정보를 제때 받아볼 수 있다.  
달리는 확인할 방법이 없더라.

절벽 위 나이 많이 자신 향나무 한 그루 우왕좌왕하는 우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이 나무의 나이는 2천 살에서 3천 살, 심지어 5~6천 살까지 회자된다. 세상에 이런 고무줄이 없다. 
각각의 주장에 따라 국내 최고령, 세계 최고령 나무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공식적이고 과학적인 측정 나이는 발표된 것이 없다. 2,500살 정도 자셨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국내 최고령의 신령스러운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겠다. 
저 나이 자신 향나무를 몇 번이고 우러러본 까닭에 우리는 독도에 무사히 다녀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부리나케 저동으로 달렸다. 대기시간 없이 배가 출항한다. 
바다가 거칠다. 거의 바이킹 수준으로 배가 출렁인다. 
한데 뱃멀미로 고생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 뱃멀미를 유발하는 파도는 따로 있는 모양이다. 

 
 

9시 55분, 차창에 독도가 비끼고도 상당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접안에 성공했다. 
배 안에서는 환호가 터지고 거센 바람을 헤치고 독도경비대 대원들이 마중 나오고 있다. 
무슨 태극기를 저리 많이 꽂아놨는지..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건지, 대한민국 영토임을 과시하려는 건지 알 수 없다. 
관광객들이 저마다 들고 온 태극기까지 가세하여 온통 태극기 물결을 이루더라. 
이 태극기는 후에 울릉도 구석구석에서 쓰레기로 뒹굴더라. 

 

왼쪽부터 탕건봉, 촛대바위, 삼형제봉바위.
삼형제봉바위는 내 눈엔 그저 고릴라로만 보인다. 

 
 

20여분을 머물다 배는 다시 떠난다. 
접안하지 못하고 섬을 한 바퀴 돌며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과 접안하여 내려보는 것, 일장일단이 있더라.
왜 두 가지 것을 한 번에 같이 하지 않는 건지 사측의 얄팍한 상흔이 밉다.
접안하여 내렸다 하나 우리는 접안시설 콘크리트 위에서만 맴돌았을 뿐 실제 독도 땅은 밟아보지 못했다.

아쉬움을 안고 다시 떠나간다.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문득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통일된 조국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우리땅 독도

성인봉 넘어 나리분지, 산마을 식당에서 하루를 묵었다. 5년 전과 똑같은 여정이지만 세월은 흘렀고 많은 것이 변했다. 음식 맛도 술맛도, 손님 대접도 예전만 못하다. 나리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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