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달무리 지더니 점드락 봄비가 오락가락, 메마른 땅을 적시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꽃들은 앞다퉈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나는 사진기를 손에 쥐었다.

집안 곳곳 산수유 물기를 한껏 머금고 샛노래졌다.

마당 한구석 잔뜩 부풀어 오른 동백꽃 봉오리, 나도 한껏 부풀어 올라 선운사엘 갔다.
막걸리 한 잔 적시고..

대웅전 뒤 동백숲, 선운사 동백은 벌써 폈더라.

.

참으로 붉기도 하다.

저 산에도 화색이 돌 것이다, 아마도 부지불식간에..

이 담벼락도 초록초록해질 것이고..

사람들 통 안 가는 은밀하고 으슥한 곳, 굴뚝새 한 마리 촐랑대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한참을 쫓아다녔다, 봄비를 맞으며..
끝내 잡지 못했다, 공장에 간 렌즈가 참으로 그리웠다.

동박새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더란 말이지..

곱기도 하지, 다홍색인가? 연분홍?
나는 색깔을 잘 모른다. 그래 색맹인 줄 알았더랬다.
후에 알았다. 색맹이 아니고 색치였던 것이다.

돌을 쌓는 마음, 헤아릴 수 없어라.

.

물가엔 버들강아지..

흰죽지

물 가운덴 먼 길 떠날 녀석들..

봄이 껑충 뛰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한 번쯤 꽃샘추위 있을 수 있겠으나 오는 봄 거역할 수 없다.
이것은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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