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에 갔다가 발길이 닿았다.
올해는 때를 잘 맞촸네.
하려던 일을 내일로 미룬 탓에, 그 후로 매일 비가 내리는 탓에 큰 낭패를 보고 있지만 보던 중 가장 싱싱한 녀석들을 만났으니 그걸로 위안 삼는다.
내 살면서 야들을 몇 번이나 더 보겄냐고..
개화시기가 짧아 바람꽃이라 한다는데 야는 거기다 대고 꽃말조차 '덧없는 사랑'이라네.
애당초 사랑이라는 게 거진 덧없을뿐더러 스치는 바람 같은 것일진대 구태여 '덧없는 사랑'이라 강조하다니 좀 가혹하지 않은가?
꽃말이라는 것도 실상 사람들 말놀음일 따름인 것이다.
뒤늦게 피어난 꿩의바람꽃, 시커먼 애벌레 한 마리 마치 업보처럼 업고 있다.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내가 아는 말하는 애벌레한테 물어봐야겠다.
불갑산 지구 빨치산들과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생각하며 핏빛 복분자술 한 잔 따라드렸다.
삼천리 방방골골 투쟁과 학살의 현장 아닌 곳이 없다.
그새 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