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에서 보기에 숲은 아직 삭막하다. 
구름 할라 잔뜩 드리우고 스산한 바람 일렁이니 봄이 오기는 온 것인가 의심이 일기도 한다. 
그러다 숲 가장자리 진달래라도 만난다 치면 우리는 화들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자칫 언제 왔었나 싶게 지나가버리기 일쑤, 봄은 쏜살같다. 
옷깃 여미고 망설이는 그대여, 늦기 전에 떠날 궁리를 하시라. 

진달래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

산중 곳곳 숯을 구웠던 흔적, 숯만 구웠을까? 
기다림에 지쳐 산으로 간 사람들 머물렀을 그런 자리..

이 뭐지?
소싯적 보물찾기 한 번 성공하지 못하던 내가 이 산중 길 가상도 아무데도 아닌 이 바위 위에서 극강 보호색의 엽전을 발견하다니..
이건 실로 신기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건 횡재인 건가? 
언제부터, 어인 일로 그 자리 있게 되었을까? 사연을 알 수 없는 엽전, 내 챙겨 왔다. 
열닷냥이면 더 좋았을 것을..

남산제비꽃

그런 자리 바위 틈새, 두툼한 낙엽 헤집고 하나 둘 모습 드러내는 들꽃, 얼굴 고운 녀석들..

노루귀
.

숲이 울창한 그늘을 드리우기 전 제 할 일 다해야 하는 이른 봄 들꽃들은 벌써 피곤하다. 

그래도 새로 피어나는 늦깨비들 있기 마련인 것이고..

바위 그늘 밑 서늘히 잠든 영령이라도 품었는가, 곱기도 하다.  

이래서 노루귀라는 게지..

꿩의바람꽃

아직은 제법 싱싱한 녀석들도 남아 있더라. 

굴뚝새

쥐방울 만한 굴뚝새 한 마리 몹시 촐랑대며 계곡을 누비고 나는 뒤뚱거리며 녀석의 뒤를 쫓는다. 
공장에 간 사진기, 망원렌즈 몹시 그리워지던..

청괴불나무

두 시간여 만에 숲에서 빠져나온다. 
내 예 다시 올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매화
복사꽃

매화꽃, 복사꽃 흐드러진 산골 마을을 지나 나 다시 돌아왔노라. 
사람 사는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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