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 한들거리는 모시옷이 양반들의 것이었다면 성글성글 투박한 삼베옷은 상민들의 것이었을까?
모시등그리, 쇠코잠뱅이 하는 말들을 듣고는 자랐으나 잘 구분하지 못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지어주셨던 것은 주로 삼베옷이었다. 
삼베 빤쓰, 삼베 이불..
한여름밤 무더위를 가셔주던 삼베의 거친  감촉과 어머니의 부채질을 잊을 수는 없겠다. 
다 커서 장가 든 후에 모시로 삼은 옷을 입기도  했는데 그거이 모시등그리인 게다. 
찾아보면 지금도 어느 구석엔가 있을 법도 하다. 

2022> 06. 19 정선 귤암리

모시나비를 보는 순간 그 옷이 생각났던 것이다. 
바람이 통하지는 않겠으나 반나마 투명한 날개와 가지런한 시맥 하며 영락 없는 장인의 솜씨다.  

낮술에 취해 몽롱하던 차에 허실 삼아 찾아들어간 숲 속 묵은 밭에서 너를 만났다.
다소곳하고 얌전하며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 착한 모시나비를 만났던 것이다. 
먹이식물은 현호색과 그 일당들, 5월에 산란한 알이 이듬해 봄에 부화하여 새롭게 돋아나는 현호색을 갉아먹으며 자라난다고..
붉은점모시나비에 비해 수수하고 단아한 맛이 있다고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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