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비를 보겠다고 먼 길 달리기 네 번째, 보겠다고 맘먹은 지 6년. 잣나무 숲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시간은 대개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라 했다. 장마통 고르지 않은 날씨 오늘은 다행히 햇살이 맑고 하늘은 푸르다. 먼저 와 사방을 순찰하며 나비를 기다리던 이 바삐 손짓하며 나를 부른다. 여기는 오대산, 드디어 본다. 열 시 반 무렵이었다. 절 기둥에 내려앉은 단 한 마리 홍줄나비, 날개를 열었다 닫았다 무척이나 여유롭다. "나 오늘 한가해요". 햇빛을 쬐는 걸까? 사진기에 담기는 걸 즐기기라도 하는 양 초면에 허둥대는 나를 도리어 다독인다.
날아갈세라, 일단 거리 유지하고 '나도 봤다'는 증거를 남긴다. 살금살금 거리를 좁혀가는데 이 녀석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제 대놓고 활개 치며 사진기를 눌러댄다.
얼마나 놀았을까? 실상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원 없이 놀았다. 귀한 녀석이라는데.. 어느 순간 표르르 날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숲으로 돌아갔겠지.
이처럼 아랫 세상을 내려다보며 살고 있는 걸까, 이 녀석은? 북대암 오르는 산길을 따라 오르며 나비를 본다. 갖가지 나비, 번개오색나비가 압도적으로 많다. 내려오는 길, 홍줄나비 사체를 본다. 그저 명을 다한 것일까? 찻길에서 횡액을 당한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