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사골에는 설핏 가을이 내리고 있었다. 
은연중 비도 내리고..

출발할 땐 내리지 않던 비가 굵어졌다. 
세찬 빗줄기를 뚫고 우리는 단심 폭포에 도착했다. 

단심 폭포에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사고는 순간에 일어났다. 
나는 바위에서 미끄러져 추락했고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내 뒤에 서 있던 이의 비명 소리를 들은 듯한데 내가 내지른 비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오늘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건가 생각되었다.
숨을 가다듬으며 몸을 일으키려 애썼으나 딸싹도 할 수 없다. 
신발 한 쪽으로 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 몹시 불쾌했지만 역시 마음 뿐이다. 
놀란 사람들이 달려오고 여기저기서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으나 어느 손 하나 쉬 잡을 수 없었다. 
내 몸의 상태를 스스로 가늠하며 온전히 내 힘으로 일어나야 했다. 
얼마나 걸렸을까? 나는 겨우 몸을 추스려 추락 지점에서 빠져나와 약간의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두 발로 다시 서기까지 또 얼마나 걸렸던가?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빨치산 영령들께서 추락하는 나를 받아주셨다 생각되었다. 

산에서 내려와 병원으로 달려갔다.
갈비뼈 7개가 어긋났다. 다른 데는 아무런 손상이 없다. 깔끔하다.
난생처음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의사 선생은 나더러 징하다 한다. 겁나 아플턴디 잘 참는다고..
숱한 고통의 순간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된다. 
나는 속으로 다짐한다. 다시는, 다시는 갈비뼈는 부러뜨리지 말자.  
궂은 비가 내린다. 

 

'먹고 놀고.. >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진년 해맞이  (2) 2024.01.04
여기는 정선..  (0) 2022.10.10
울릉도, 그리고 박정희  (0) 2021.09.01
저동 일출, 섬을 떠나다.  (0) 2021.09.01
지새지 말아다오 저동의 밤아  (0) 202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