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뼈가 부러지고, 난생처음 겪어보는 병원 생활,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처음 닷새 가량은 이를 악물고 나무늘보처럼 살았다.
눕는 것, 일어나는 것, 자세를 바꾸는 몸놀림 하나하나가 전쟁이었다.
자다가 일어날 때면 갈빗대에서 우두두둑 서까래 분질러지는 소리가 나고 눈에서는 불이 튀고 입이 쩍 벌어졌다.
깊은 잠을 잘 수 없고 반드시 너댓 번은 일어나 통증과 싸운 후에야 아침이 밝았다.
주삿바늘을 통해 각종 약물이 일거에 투여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럴 때면 내가 대체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병원에 들어와 처음으로 똥 누던 날의 참담함에는 미치지 못하리니..
어찌어찌 밑을 닦고 나니 기진맥진, 살아 숨 쉬며 먹고 싸는 것에 대한 깊은 회한이 밀려들었던 것이다.

닷새가 지나면서 통증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했다.
이제 낮에는 견딜 만했다.
엿새째 되는 날 만 보 걷기를 시작했다. 병동 복도를 느릿느릿 걸어 만 보를 채웠다.
일주일 만에 주삿바늘이 제거되고 먹는 약만으로 통증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때를 맞춰 환자들의 병원 밖 출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주일 만의 바깥나들이, 완연한 가을이었다.
밥 먹을 때, 잘 때, 간호사 선생이 찾을 때를 제외하고는 걷고 또 걸었다.
최근 이틀 사이 통증이 급격히 사라졌다.
자잘한 통증만을 남기고 굵직한 통증은 대부분 사라졌다.
나는 이제 완벽한 나이롱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휴식 같은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가슴에 고인 어혈이 줄어드는 것만 확인되면 퇴원해도 되겠다 한다.
돌아오는 월요일 사진 찍어 확인하자 하니 별 문제없으면 꿈속 같은 나의 병원생활도 끝나게 되겠다.

오늘도 걷는다만은~
붉은 노을 속에 또 하루가 갔다.

뺑뺑이로 15km를 걷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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