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나렸다.
소리도 없이 나렸다.
나는 눈을 개보다 더 좋아한다.

나무 보일러 장작 넣고

눈 얼른 치우고

선운사로 달려가니,
여전히 눈이 나리고 있다.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

일주문 지나고

.

부도전 지나

도솔천

극락교 건너

만세루
수리봉

절 마당 돌아 나와

담장을 끼고돌아

숫눈길을 헤쳐간다.

동백숲

선운사 동백은 4월에 꽃을 피우는데
하여 춘백이라고들 하는데..
눈 속에 피었다.
딱 한 그루..

눈에 눈이 팔린 데다
붉은 동백의 치명적 유혹까지

동백나무 아래서
시간을 뭉개다 보니

아뿔싸
기차 시간 늦겠다.

.
.
.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통할 듯한 문을 지나
500 미터는 족히 뛰었다.
단식 뒤끝 몸이 새털처럼 가볍다.
나풀나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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