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돈,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이덕구 산전에서였다.
가수라는데 영 그리 보이지 않았다.
영락없는 싸움꾼, 그것도 단도직입을 일삼는..
하여 그에 대한 첫인상은,
"쩌 냥반 진짜 가수 맞어?"

헌데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청해 들었던 노래, 이덕구 사령관과 그의 동지들, 한라산 빨치산들이 이별하는 장면을 그렸다는 그 노래가..
"돌아서다가 돌아보았네~" "살아 만나자 약속하였네~" 하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나들던 빨치산들의 그 이별 장면이 너무나 선명히 떠올라 절로 숙연해지곤 했던 것이다.
그 노래를 듣고 또 들어 골백 번쯤 들어 흥얼거릴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가수 최상돈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더불어 '산오락회'도 알게 되었으니 이 노래로 하여 예기치 않은 새로운 인연들이 맺어지기도 했다.

최상돈, 그는 제주 사람이다.
시인이며 가수이자 싸움꾼인 그의 노래 한 곡 한 곡 한 구절 한 구절 켜켜이 쌓인 사연들,
그의 노래에는 굽이치는 역사가 있고 심장을 움켜쥐는 힘이 있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
1년 열두 달, 순례자들과 함께 걸었던 길, 그 길에 스민 제주도민들의 수난과 항쟁의 역사, 그 길 위에서 불렀던 노래들..
제주도를 넘어 조선 팔도로, 일본 열도로 이어지는 그의 순례길, 그 길은 4.3 '死.삶'.

긴말하면 잔소리겠고 다들 읽어보셔야 되겠는데 워낙 소량을 인쇄한 탓에 이 책을 시중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허나 공을 들인다면 구하지 못할 것도 없을 터, 어렵게 구한 책이 더 값질 수도 있을 것이니..
4.3의 진실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요사이 날이면 날마다 듣고 또 듣는 노래가 있으니 "4.3 역사로 헤어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이야기", 이어도 연유(緣由)

바다를 뒤로 한 곳에 주정공장 굴뚝이 상상으로 보이고 그 위로 사람들이 창고에 갇혀 있습니다. 그곳이 마지막 이승이었습니다. 바다를 가다 수장학살되어 대마도에 떠오른 원혼. 전국 형무소로 끌려가 어느 형무소에서 삶을 마감한 지도 불분명한 영혼. 이념에 갇혀 타국 타향에서 삶을 마친 영혼. 그리고 정뜨르비행장 등 제주섬에서 삶을 마친 영혼. 그래서 노래는 '차라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