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오지 않으면 만들어서라도 간다.
농민회 수익사업으로 기획한 감귤구매를 목적으로 간 제주도에서 술 한잔 하다 난데없이 오른 오름.
이리 갈까 거리 갈까 고민하던 중에 찻길 가까이 눈에 띄어 차를 세우고 무작정 올랐다.
이름을 알 수 없어 답답하던 차에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도 기능을 이용해 드디어 찾아내었다.
'족은대비오름', 오름의 생김새나 특이성을 두고 붙인 이름이 아닌 전설에 따라 붙은 이름이라서일까?
오름 이름 치고는 다소 생뚱맞다.
'대비'라는 선녀가 놀러 내려오던 오름이라 한다.
대비.. 별로 예뻤을 것 같진 않다.

별 특성 없이 펑퍼짐한 모양새가 한달음이면 꼭대기에 올라설 듯 하다.
그래도 막상 오르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아무리 만만해보이는 오름도 보기와는 영판 다르다.

연무가 끼어 뿌연 서쪽 하늘로 해가 넘어간다.
이름을 분간할 수 없는 한림읍, 한경면 일대의 오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 하늘에는 이미 열나흘 달이 하얗게 솟아 있다.
그러고보니 내일이 정월 대보름이다.
근사한 일몰을 기대했지만 바닥에 잫기도 전에 뿌연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려 하는 해를 바라보며 오름에서 내려섰다. 

제주도에 가면 오름에 오를 일이다.
한라산도 한라산이지만 오름에 올라 오름이 만들어내는 제주도 풍광을 바라보는 맛은 독특하다.
제주도가 아니면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그야말로 제주도만이,제주도이기에 가능한 제주도의 맛이다.
하루에 하나씩 오른다 해도 1년이 넘게 걸릴 오름. 나는 앞으로 몇개나 되는 오름을 더 오르게 될까?

다음 지도검색 스카이뷰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