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산도 그렇고 화암사도 그렇고 모두가 낯이 설다.
내가 이 절을 알게 된 것은 화암사와 연동된 들꽃을 포착하면서부터이다. 
화암사에 가면 그 꽃이 있겠거니 하고 나선 길에서 꽃은 찾지 못하고 절을 먼저 찾았으되 그 절이 화암사니 꽃을 찾아나선 걸음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불명산 또한 한번도 내 귀에 걸린 적이 없었으나 '불명산 화암사'라는 편액으로 접하게 되었다.

화암사를 안내하는 표지판에서 절로 오르는 길, 오를수록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어라' 절이 대체 어디에 있는것이여?
내를 두어차례 건너고 우람한 철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이런데 절이 있을까 싶은 그곳에 고색창연한 절이 들어앉아 있다.
철계단이 없으면 오를 곳이 없지 않을까 싶었은데 내려오면서 보니 옛길이 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그 길로 오르고 싶다.
입지로 봐서는 절보다는 화적패의 산채가 어울릴만하다.


우화루. 이 절은 온통 꽃하고 연관이 깊은 모양이다.
창건 설화 역시 복수초와 관계가 있다.
절 인근 다양한 봄꽃들의 자생지는 이를 봄부터 이어지는 탐사객들의 발길 손길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정작 그 본산인 화암사는 한적하기 이를데 없다.
우화루 지붕은 풀과 나무가 자라나 하나의 숲을 이루었다.
처마 곳곳은 비가 세어 서까래들이 썩고 있다. 
붕괴 우려가 있다 하여 접근을 금하고 있다.
보물인데.. 이상하다. 그냥 이렇게 방치하는 건가?
손길이 필요해 보였다.
처음 건립된 때가 400여년전, 여러번 고쳤다 하나 오래된 건물이다.

꽃비가 내리는 날은 언제일까?

뒤집어놓으면 소 여물통으로 딱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절마당


극락전.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인 건축양식을 지니고 있다 한다.
처마를 길게 뻗대기 위한 장치인 '하앙' 구조가 그것이다.
처마를 받치고 있는 용이 바로 '하앙'이다.
그 예날 집을 짓던 이들도 하앙이라 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뭔가 좋은 우리말이 있을 듯 하다.


하앙 사이사이 목판에는 비천상이 새겨져 있다.
단청한 지가 200년이 넘었다 하니 이 또한 보물이 아닌가 싶다.

극락전 옆면. 광각렌즈의 왜곡이 심하다.

풍경소리 참 좋다.


극락전 내부는 화려한 닫집과 정교한 용, 섬세한 후불탱화 등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극락세상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정말 보물이다.
각시가 불공을 드리는 사이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후불탱화

뭐하시는 분들일까?


나가는 길. 여느 절집과는 매우 다르다.
대문은 우리집 것보다 작다.
우리집 대문은 1톤트럭 규격인데 여기는 경운기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좁다. 
그러고 보니 절이 앉은 터가 우리집 터보다도 작다.  


아담하고 작은 절이지만 거느린 산줄기는 장엄하다.
좀 더 흐드러진 봄날 다시 가보고 싶은 참 좋은 절이다.


다람쥐마저도 유독 똘똘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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